[正論]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탈세방지, 의지보다 제도개혁이다"

입력 2013-01-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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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재원조달 방안으로 탈세근절 정책안이 논의되고 있다. 탈세근절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탈세는 나쁘다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세는 수직적·수평적 형평성을 모두 해치며, 조세제도와 국가에 대한 불신을 가져와, 국민들 간 사회분열을 야기한다.

새정부 입장에서 탈세방지를 위한 정책강화는 매우 매력적인 정치상품이다. 우선 모든 사람들이 혐오하는 탈세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새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탈세방지를 통한 재원확보로 복지지출을 확대할 수 있다. 세금을 통한 재원확보 방안은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로 많은 정치적 비용을 요구한다. 아울러 세금인상은 국가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종류가 무엇이든 세금이 높아지게 되면 해당 경제주체들은 일할 맛을 잃게 되고 그만큼 경제발전은 저해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탈세방지를 통한 재원확보는 형평성을 높이면서, 효율성도 높이는 금상첨화인 정책수단이다. 새 정부가 탈세방지를 정책과제로 내세운 것도 이런 측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세문제를 구체적 정책차원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탈세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탈세를 도덕적 차원으로만 생각하면 탈세정책의 근본이 흐려진다. 탈세를 보는 시각을 경제적 합리성에 두어야 효과적 정책이 나온다. 경제학에서는 탈세를 합리적인 경제적 행동으로 본다. 즉 탈세는 탈세를 통해 얻는 기대이득과 기대비용을 비교해서, 기대이득이 기대비용보다 클 때 일어나는 합리적인 행위이다. 이러한 시각은 탈세방지를 위한 정책개발에 중요한 시사성을 준다. 지금까지 탈세는 개인의 도덕과 윤리문제로 보면서, 나쁜 인간이 하는 행위였는데, 경제적 혜택이 높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즉 탈세는 사람 됨됨이의 문제가 아니고, 사람이 처해있는 제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탈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가 아닌, 제도개선을 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탈세행위로 인한 기대비용을 결정하는 제도적 요인을 보자. 먼저 조사대상자로 선정될 확률이다. 세무당국은 주어진 예산 하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므로, 납세자 전수가 아닌 일정 비율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법인은 1%, 개인은 0.1% 수준에서 조사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조사대상 선정비율이 지나치게 낮다.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비율은 행정비용과 탈세라는 두 가지 사회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적정한 수준의 조사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 탈세행위가 발각되었을 때 부담하게 되는 벌금수준이다. 탈세에 따른 벌금 수준은 조사대상 선정비율과 연계하여 탈세행위자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벌금수준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조사대상 선정비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하면, 탈세행위는 결국 일어날 것이다.

조세제도 역시 탈세행위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율이다. 일반적으로 세율이 높으면 탈세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실제와 다르다. 납세자가 탈세라는 위험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세율에 따른 탈세행위 효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에서 탈세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조세제도로서 부가가치세제의 간이과세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본래 영세사업자들의 편의증진이라는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악용하여 현재는 많은 자영자들이 탈세행위를 하는 보편적 유인이 되었다. 간이과세대상자 수가 전체 대상자 중에서 낮아도 문제인데, 영세 자영자를 위한다는 정치적 슬로건하에 그 비중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간이과세제도는 정치적 인기를 위한 확대정책과 탈세방지 축소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구조로 해결의 실마리 없이 놓여 있다.

탈세는 도덕적 의지만으로 근절할수 없다. 탈세는 경제적으로 합리적 행위이므로, 제도를 바꾸어 성실납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개혁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뒤따르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새정부는 탈세방지에 정책적 가중치를 두려면, 정치적 비용을 기꺼이 치룰 의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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