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의 아버지’ 원경선 풀무원 원장의 100년 환경사랑

입력 2013-01-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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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100세 일기로 타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짓는 농사는 사람과 환경을 죽이는 죽음의 농사다. 내가 먹는 농작물은 텃밭에서 농약도 안치고 길러내면서 남에게 파는 농작물에는 농약을 치고 화학비료를 뿌린다면 이는 간접살인이나 마찬가지다”

2013년 1월 8일 새벽 백수(白壽)의 삶을 다한 원경선 풀무원 창업자는 10여년 전 한 신문에 농약을 사용한 농사를 살인에 비유했다. 국내에서 유기농을 처음 시작한 그의 소원은 환경에 대한 사랑이었다.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우리 땅을 소중히 여기고 무공해 농사를 비롯해 미래의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생명과 환경, 이웃을 중시하는 그의 100년 삶이 오늘 새벽 1시 49분 경기도 부천 순천향대 병원에서 노환으로 마무리됐다.

원 원장은 2년 전 충북 괴산 풀무원농장에서 생활하다가 넷째딸 혜덕씨 부부가 있는 경기도 포천 중리 농장으로 거처를 옮긴 후 매주 일요일 포천에서 서울 제기동에 있는 교회를 다닐 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기력이 많이 떨어지며 대외활동을 삼갔지만 지난 2일 갑자기 병원에 입원, 오늘 새벽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혜영(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차남 혜석(미술가), 장녀 혜옥, 차녀 혜진, 삼녀 혜주, 사녀 혜덕, 오녀 혜경 씨 등이 있다.

풀무원농장 원경선 원장은 1914년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6세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자마자 그 역시 농부의 길을 택했다.

그는 한국 전쟁을 겪고 난 마흔의 나이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로 결심을 하고 1955년 경기도 부천에 땅 1만평을 개간해 ‘풀무원농장’을 마련하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을 위해 공동체를 설립, 운영했다.

1976년 경기도 양주로 농장을 옮긴 후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을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유기농민단체 ‘정농회’를 설립한 것도 이 때다.

공동체 운동으로 시작된 그의 이타적 삶은 인류를 기아와 전쟁으로부터 보호하고, 공해로부터 인류를 건지려는 환경운동과 생명보호운동, 평화운동으로 외연을 넓혀갔다. 1989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창립에 초석을 마련했고 빈곤 타파 운동에 전념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환경회의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 유기농 실천운동에 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후 경실련 산하기구로 시작한 환경개발센터(現 환경정의 전신)의 초대 이사장을 맡아 환경과 생명을 존중하는 삶을 직접 실행하며 가르치는데 힘을 쏟았다.

2004년부터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새로 일군 풀무원농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농장 인근에 평화원 공동체를 세워 한평생의 꿈인 공동체 운동을 지속하며 ‘생명존중’과 ‘이웃사랑’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일평생을 바쳤다.

그는 유기농을 통해 환경보호와 보존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녹색인상, 1995년 ‘유엔 글로벌 500’ 상, 1997년 국민훈장 동백장, 1998년 인촌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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