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박근혜와의 만남 그후

입력 2012-12-30 10: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朴心 진의파악 부심..'대책 골몰' ㆍ '안심' 교차

"재벌 2, 3세들이 뛰어들거나…", "소상공인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대기업들이 상권을 뺐는…"

마치 대기업들의 '못된 행동'을 꾸짖는 듯한 이러한 표현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사옥을 찾아 회장단과 간담회를 할 때 거침없이 내뱉었던 표현들이다.

간담회 사회자가 "박 당선인의 인사 말씀이 있겠다"고 했지만 인사말이 아니라 '서슬 퍼런 주문'이었다.

특히 박 당선인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나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만큼 자주 쓰지 않았던 '재벌'이라는 표현을 바로 옆에 당사자들을 앉혀두고 스스럼없이 사용했다.

'재벌'은 대기업 오너들이 스스로 말하지도 않지만 듣기도 거북스러워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서민들이 하는 업종에까지 재벌 2세나 3세들이 뛰어들거나…"라며 오너 일가를 싸잡아 지적함으로써 이에 해당하는 일부 회장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박 당선인과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기 전 전경련에서 준비한 책자를 증정할 때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 회장들의 얼굴에 만연했던 웃음기가 일순간 사라졌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들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구조조정, 정리해고 자제 등도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 참석 여부를 떠나 박 당선인의 말에 이해관계가 있는 대기업들은 진의 파악과 향후 대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당선 이후에 하는 말은 이전과 달리 책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신중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롯데·신세계 '우울?' = 골목상권 침해, 재벌2,3세의 서민업종 관여, 부동산 과다 보유 등 박 당선인 발언의 핵심 내용 때문에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등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이들 기업은 대형마트 출점 경쟁을 벌이면서 재래시장 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오너 자녀의 베이커리 사업 역시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 규제는 박 당선인측도 현 정부와 기조를 같이하는 만큼 규제의 강도가 어느 수위에 맞춰질지 주시하는 상황이다.

다만 박 당선인이 대형마트의 신규입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허가제 등의 강수를 거론하지는 않은 만큼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관계자는 "박 당선인이 대형마트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의 틀에서 더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재벌 2,3세의 서민업종 관여, 즉 '대기업 빵집'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만큼 관련 업종에는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대기업중 계열사 베이커리를 그대로 운영하는 곳은 신세계와 롯데뿐이다.

신세계의 베이커리 사업부인 신세계SVN의 경우 정유경 부사장의 지분 40%를 소각하는 대신 사업은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대표가 운영한 블리스는 정리했지만 롯데브랑제리는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앞두고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유통 대기업의 직영 빵집은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가 반발해 향후 전개 과정도 주목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빵집 브랜드 베즐리 매각 방침을 밝혔고, 호텔신라는 보나비 지분 전량을 대한제분에 매각했다.

롯데가 또 찜찜한 것은 박 당선인이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한 대목이다.

롯데는 10대그룹중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자산으로 보유해 재계에서 '땅부자'로 소문난 기업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가 보유한 토지의 장부가액은 13조6천억원 수준이다.

롯데측은 "현재 보유한 토지는 대부분 예전에 사들인 것이고 최근 몇년에는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토지 매입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백화점이나 마트는 매년 몇개씩 있는 점포를 매각하고 재임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부자' 기업들은 향후 추가로 땅을 사들이는 일은 엄두를 내지 못할뿐더러 이미 보유한 부동산도 합리적인 용처를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산분리 강화 주타깃 삼성 "환경에 적응" = 금산분리 강화는 박 당선인, 문 전 후보, 안 전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 공약이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9월 발의한 '경제 민주화 5호' 법안에 공정거래법 제11조의 '재벌 계열사에 대한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상한선'을 15%에서 5%로 낮추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금융 계열사(삼성생명)가 비금융 계열사(삼성전자, 호텔신라) 지분을 5% 넘게 가진 곳은 삼성뿐이다.

삼성은 현재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호텔신라 등 7개사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로부터 5%가 넘는 지분을 출자받고 있다.

삼성은 내색하지는 않고 있으나 박 당선인과 새 정부가 추진할 관련 정책에 내부적으로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지배구조를 손질하지 않는다면 금융 계열사들이 보유한 의결권의 상당 부분을 잃을 형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오너 일가나 다른 계열사들이 금융 계열사로부터 상한선을 초과하는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데 비용이 막대하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언급한 대로 현재 15%인 금융 계열사 의결권 상한을 내년에 10%로 낮춘 뒤 매년 1%포인트씩 인하하는 등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삼성측은 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 대응할 시간이 충분해 급격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변화된 경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화그룹은 한화생명이 63빌딩 관리 자회사를 갖고 있고 동부그룹의 금융 계열사들도 동부건설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현대그룹, 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경제연구원이나 동양시스템즈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금산분리 강화 공약이 법제화되면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삼성이 될 전망이다.

◇SK·LG·포스코 '떳떳' = LG그룹은 박 당선인의 발언에 느긋한 편이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지 10년이 지나 순환출자문제 등 '재벌의 지배구조' 논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 당선인의 구조조정 자제 요청에 따라 특별히 대책을 만들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측의 정책 구상,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 방향 등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당장 큰 틀에서 변화를 주거나 새롭게 시작할 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해 나갈 계획이다.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SK그룹도 지배구조 문제를 포함해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SK네트웍스는 얼마전 중소기업에 돌려준다는 취지로 교복사업과 국내 와인유통사업마저 접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그룹 최고의결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 등 총수로서의 권한을 대부분 내려놓고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글로벌 시장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전경련 간담회에서 "대기업은 글로벌 해외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라는 대목과 일치한다.

최 회장은 박 당선인에게 SK그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자 박 당선인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내심 뿌듯해했다는 후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과 간담회때 인접해 앉았던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 회장이 유독 덤덤해 보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포스코도 박 당선인의 의지에 발을 맞춰 이러한 동반성장 정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004년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국내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해 재계에 확산하는 등 동반성장 정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자제를 직접 언급함으로써 이를 추진하거나 계획을 하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최근 금융을 포함한 조선, 건설 등의 업종 중심으로 몰아친 인력 구조조정의 회오리는 향후 다소 완급이 조절되거나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2,123,000
    • +1.7%
    • 이더리움
    • 4,318,000
    • +1.48%
    • 비트코인 캐시
    • 476,800
    • +1.62%
    • 리플
    • 630
    • +2.94%
    • 솔라나
    • 199,500
    • +3.64%
    • 에이다
    • 522
    • +3.78%
    • 이오스
    • 734
    • +6.22%
    • 트론
    • 186
    • +2.2%
    • 스텔라루멘
    • 127
    • +2.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900
    • +2.47%
    • 체인링크
    • 18,490
    • +5.18%
    • 샌드박스
    • 426
    • +5.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