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Car] 컴팩트 SUV카의 세계… 전장 누비던‘4륜카’, 자동차 트렌드의 중심이 되다

입력 2012-12-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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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장을 누비던 ‘4륜 구동차’가 민수용으로 등장한다. 거리에 나온 군용차는 크고 투박했으며 거칠었다. 일반도로보다 험로주행에 기본 목적을 둔 탓이다. 이들은 승용차와 괘를 달리하며 별도의 영역을 구축했다. 미국의 지프(Jeep)와 영국의 랜드로버(Landrover) 대표적이었다.

요즘은 거리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넘친다. 승용차와 별반 다르지 않는 성능과 승차감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뛰어난 공간 활용도와 네바퀴 굴림이라는 장점도 앞세웠다. SUV와 승용차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면서 다양한 승용 SUV도 등장했다.

동시에 차 크기도 다양하게 변했다. SUV의 본고장 미국에선 여전히 덩치 큰 ‘풀 사이즈 SUV’가 잘 팔린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크기를 줄인 SUV가 인기다. 이른바 ‘컴팩트 SUV’다.

◇소형 SUV의 시초는 기아 스포티지= 세계에서 처음으로 소형 SUV를 선보인 메이커는 한국의 기아산업(기아차의 전신)이다.

1980년대 중반 기아산업은 일본 마쓰다, 미국 포드와 제휴를 맺었다. 마쓰다가 개발한 소형차(1세대 프라이드)를 기아산업이 생산하고 이를 미국 포드가 판매하는 식이었다. 소형차 프라이드는 크게 성공했고 봉고와 함께 기아산업의 부활을 뒷받침했다.

이후 미국 포드는 기아산업에 또 하나의 신차 개발을 제안했다. 조건은 단순했지만 아이디어는 기가 막혔다. ‘작은 차체에 5명이 탈 수 있으며 4륜 구동 방식이어야 한다’는 개발 계획이었다. 여기에 디자인은 ‘부드러운 유선형’이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그무렵 기아산업 김선홍 회장은 경기도 화성에 생산공장을 추진 중이었다. 아직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대우차(한국GM의 전신)를 쫓기도 버거운 상태였다. 때문에 새로운 SUV, 그것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소형 SUV는 버거운 도전이었다. 포드의 제안을 안타깝게 거절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재빠르게 포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형 SUV 개발을 시도했다. 급한대로 일본 마쓰다에서 들여온, 당시 중형차 ‘콩코드’에 장착한 2.0 가솔린 엔진을 그대로 얹었다.

개발을 마친 기아산업은 이 차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마침내 1991년 제29회 도쿄모터쇼에 콘셉트카로 공개했다. 바로 기아차 ‘스포티지’ 1세대의 등장이었다.

◇발상의 전환… 세상에 없던 차를 만들다= 스포티지는 공개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없던 희안한 차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한 SUV는 커다란 덩치와 넘치는 배기량을 미덕으로 내세웠다. SUV는 크고 웅장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강했다. 소형 SUV 스포티지의 등장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태리 피아트가 소형 4WD(판다 4X4)를 이미 내놓은 상태였지만 해치백 승용차에 4륜 구동방식을 더했을 뿐이었다. 반면 스포티지는 엄연한 SUV였다.

그러나 기아산업은 이 차를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승용차 시장에서 소형차와 준중형차, 중형차 라인업을 갖추기도 바빴다.

그러는 사이 일본 메이커들이 기아산업의 아이디어를 베끼기 시작했다. 일본 토요타와 혼다는 서둘러 스포티지를 모방했다. 이들에게는 ‘만들기만 하면 분명 팔린다’는 자신감도 팽배했다.

그렇게 등장한 차가 일본 토요타 RAV4(1994년)와 미쓰비시 파제로 미니(1994년), 혼다 CR-V(1995년) 등이다. 원조 스포티지(1991년)보다 3~5년씩 뒤늦게 출발한 차들이다. 발 빠르게 스포티지를 모방한 이들은 이 차를 들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차는 불티나게 팔렸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면 정작 스포티지는 미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차 개발을 마쳤지만 생산할 공장도, 미국의 배기가스와 안전기준을 맞출 능력도 없었다.

◇전세계로 확산된 소형 SUV 개발 붐=결국 일본 메이커가 소형 SUV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갔다.

이미 소형차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만큼 작은 SUV를 만드는 기술도 뛰어났다. 이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유럽 메이커도 앞다퉈 소형 SUV 개발에 착수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벤츠와 BMW는 1990년대 말 중형 SUV를 선보였고 이후 차체가 작은 소형 SUV로 영역을 확대했다.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소형 SUV 붐은 더욱 거세졌다. 치솟는 기름 값과 경기불황이 겹쳐 작은 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엔진과 차체를 축소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도 이 때부터 유행을 탔다.

결국 승용차가 소형과 중형, 대형으로 등급을 나누듯, SUV도 소형과 중형, 대형으로 다양화된 셈이다.

이렇듯 소형 SUV는 21세기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전략모델로 성장했다. 이제는 더 작은 SUV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산차 가운데 한국지엠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미니 SUV ‘트랙스(Trax)’ 양산을 시작했다. 쌍용차 역시 2014년 1.6리터급 미니 SUV 개발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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