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세계를 휩쓴 여자프로골퍼, 그들에게 ‘코리아’는 없다

입력 2012-12-20 14:15 수정 2012-12-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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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변은 없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은 올 시즌 미국과 일본투어에서 맹위를 떨치며 다시 한 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박인비(24)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했고, 유소연(22ㆍ한화)은 LPGA투어 신인왕에 올랐다. 최나연(25ㆍSK텔레콤)과 유선영(26ㆍ정관장)은 각각 메이저 챔프가 됐고, 전미정(30ㆍ진로재팬)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며 3년 연속 한국선수 상금왕 기록을 이어갔다.

지난 98년 박세리(35ㆍKDB금융그룹)의 ‘맨발투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LPGA투어 정상이 이젠 코리아낭자군의 독무대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배가 고픈 이유는 무얼까. ‘코리아’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골프클럽은 전부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어디에도 국산 제품은 없다. 정상에 우뚝 섰음에도 유쾌하지 못한 이유다.

거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국민들의 자국 브랜드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수입 브랜드는 우수하고 국산 골프 브랜드는 저급하다’라는 잘 못된 인식이다.

골프용품 수입사는 이 같은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수년 전만해도 신문 등에 게재된 광고시안에는 한국어 대신 일본어가 사용됐다. ‘Made in JAPAN’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광고인지 알 수가 없다.

▲이달 부산에서 열린 한ㆍ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에 압승한 코리아낭자군.(사진제공 = KLPGA)
선수들도 다를 게 없다. 일부는 성능보다 브랜드가 우선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클럽 사용은 소비자들의 클럽 구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대기업도 골프채 수입에 앞장서고 있다. 막대한 자본으로 제품을 개발해도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외제 브랜드는 수입과 동시에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금적인 부담이 없다. 일부 브랜드는 ‘흥행보증수표’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 것에 대한 저평가는 골프채만이 아니다.

‘세계3대 요리’로 손꼽히는 중화요리와 정갈하고 깔끔한 일본요리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화요리는 불의 강약 조절과 사용방법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고 해서 ‘불맛’이라 하고, 일본요리는 칼날 사용법이 미묘한 식감을 좌우한다 해서 ‘칼맛’이라 한다.

그렇다면 한국요리는 어떤가. 안타깝게도 한국요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예부터 발효음식을 잘 만드는 민족으로 알려졌다. 김치,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이 대표적이다. 발효음식은 미생물의 발효 작용을 이용해 만든 식품으로 자연 발효되는 동안 상당한 정성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즉 한식은 ‘자연의 맛’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연은 불과 칼보다 강하고 위대하다. ‘자연의 맛’은 중화요리의 ‘불맛’과 일본요리의 ‘칼맛’보다 과학적이고 깊이가 있다. 태생적으로 그들보다 한수 위라는 것을 입증한다.

한민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것은 결코 부끄럽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최근 수년 사이 우리의 잠재력을 입증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는 국내 시장 평정은 물론 전 세계 수출까지 물꼬를 텄고, 전성시대를 맞이한 스크린골프도 국산 제조업체가 단연 으뜸이다.

비록 빠르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다. 미래는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아무 것도 없다. ‘Made in KOREA = 명품’. 이제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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