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IPO 결산] 유례없는 한파… 시장 규모 반토막 나고 투자자 외면까지

입력 2012-12-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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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노린 기업들 ‘흥행 참패’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시장에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증시가 얼어붙은 데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IPO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실적 역시 부진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올해 IPO 대어로 꼽히던 포스코특수강이 기관들을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한 결과, 공모 가격이 낮게 나오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돌연 철회했다. 또 힘들게 IPO를 진행한 기업들은 공모주 청약률에서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IPO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증권사들의 수익도 악화됐다.

◇ 지난해 대비 IPO 반토막 =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했거나 연말까지 상장에 나서는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7개와 코스닥 21개 등 총 28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총 74개 기업이 상장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62.2%나 급감한 것이다.

시장별로는 지난해 16개 기업이 상장했던 유가증권시장 상장 건수가 반토막났고,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58건)의 37.5% 수준에 그쳤다.

연간 공모 규모를 살펴보면 더더욱 심각한 모습이다. 연말 상장을 앞둔 1곳을 제외하고 이날 현재까지 상장한 신규 IPO시장 공모 규모는 1조73억원이다.

1000억원 이상 중대형 IPO는 2001억원의 휴비스, 2932억원의 CJ헬로비전 단 2건에 그쳤다. 공모 건수와 규모 모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지난 2008년 44개 기업이 상장하며 8070억원을 기록했던 공모 규모는 2009년 3조3868억원(66건)으로 급증한 뒤 2010년에는 96개 기업이 새로 시장에 선보이며 1조908억원이 공모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됐던 지난해에도 74개 기업이 신규 상장하며 4조2668억원의 공모자금이 몰린 바 있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팀 이사는 “기업 입장에선 IPO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큰 목적 중 하나인데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공모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IPO 시장을 억눌렀다”고 설명했다.

◇ 투자자 외면… 가치 평가 제대로 못받아 = 이처럼 IPO시장이 얼어붙자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도 차가운 서리를 맞고 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랭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던 CJ헬로비전은 IPO에서 수모를 당했다. CJ헬로비전의 일반 공모청약률은 0.26대 1 수준에 그쳤다. 공모가도 당초 최대 1만9000원까지 예상했지만 이에 못 미치는 1만6000원에 머물렀다.

국내 최대의 케이블방송 사업자로 당초 하반기 IPO시장의 ‘빅3’ 중 하나로 꼽히던 CJ헬로비전의 위상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CJ헬로비전의 미달된 물량 281만9704주는 주관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IBK투자증권이 떠안게 됐다.

또한 포스코특수강은 지난 6~7일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IPO 계획을 철회했다. 포스코특수강이 희망한 공모가격은 주당 2만8000~3만3000원이었다. 하지만 수요 예측에서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가격은 2만원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특수강은 상장을 통해 3900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지만 공모가 하락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J렌터카는 일반공모 청약 결과 0.23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미달됐다. 렌터카 업체 최초로 상장하는 만큼 기대가 컸지만 최근 불안한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이겨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 신규 상장사 관계자는 "상장 당시 실제 가치보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흥행 성공을 위한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투자심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며 "불안한 시장 상황이 기업의 적정가치에 대한 평가마저 짓누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 증권사 수익에도 악영향 = IPO시장에 찬바람이 불자 증권사들도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상장 철회 기업들이 잇따르자 그동안 공들인 업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났다. 향후 시장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 통상 IPO 업무를 맡은 주관사들은 해당 기업이 상장한 뒤 공모자금의 일정 비율을 성공 보수로 받게 된다.

올해 신규 상장을 가장 많이 주관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6개 기업이며,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4건, 하나대투증권은 3건이다.

삼성증권, 동양증권, 대신증권 등 나머지 17개 증권사는 올해 단 한 건의 상장도 주관하지 못했다.

A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팀장은 “가능성 있는 기업들도 주식시장의 급랭으로 뭍 밑으로 잠수를 탄 상황”이라며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공모가로 입성하기보다 시장 회복을 기다리며 IPO 일정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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