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2라운드]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대기업 경영권 위협?

입력 2012-12-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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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논란 국부유출세력으로만 인식… 재벌개혁 통해 기업가치 올려 차익실현 순기능도

국내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해외 헤지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헤지펀드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데다 일부 대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에서 수익을 얻고 빠지는 ‘국부 유출 세력’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PEF)와는 구별된다. 두 펀드는 모두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를 통해 사모 방식으로 자금을 모은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파생상품 등 유동성이 높은 실물 자산에 투자해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다. 수익을 얻고자 각 펀드마다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PEF는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인수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 후 주식시장에 상장을 시키거나, 인수·합병(M&A)를 통해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경영권에 대한 집중 투자가 헤지펀드와 구별되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물 자산보다 기업의 경영권에 대한 위협으로 단기 차익을 노린 외국계 펀드가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은 헤지펀드와 PEF의 성격 모두를 갖고 있다. 취약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오너 중심의 한국 재벌기업은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지난 2003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은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업경영의 투명화를 요구하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올렸다. 이후 별안간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 2005년 지분을 전량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둬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2006년에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의 투자펀드가 KT&G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다가 10개월 만에 1500억원 시세 차익을 손에 쥐고 한국을 떠났다.

현대엘리베이터도 2006년부터 지분을 사들인 독일의 쉰들러홀딩AG가 2대주주로 올라서며 현재까지 계속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청산설이 도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일명 장하성 펀드)도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등의 지분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대기업에 대한 경영권 간섭을 일률적으로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기업 총수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국내 대기업의 특성상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은 국내 대기업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다. KT&G도 칼 아이칸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고배당 정책으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

남동규 우리투자증권 프라이빗 에쿼티 본부장은 “해외 헤지펀드는 불합리한 대주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실제 기업 가치를 올려 이익을 내겠다는 의도로 국내 대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회계장부 열람 등 소액주주의 법률적 권한을 높이고 경영상 불투명한 부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경영권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수 있지만 무조건 단기 차익을 노린 것으로 볼 게 아니라 사례 별로 헤지펀드의 투자 의도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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