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2라운드]'연착륙' 자평 불구 절반 이상은 원금 까먹어

입력 2012-1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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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3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헤지펀드 상품을 선보이면서 ‘한국형 헤지펀드’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헤지펀드는 증시 상황과 상관 없이 꾸준하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은 헤지펀드 시대가 열리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잇따른 금융위기 과정에서 헤지펀드가 주범이라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어 출범 당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난 지금 설정액은 1조원을 돌파하며 7배나 늘어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덩치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출시 1년 만에 덩치는 7배 성장 = 헤지펀드란 이름 그대로 '헤징(hedgingㆍ위험회피)'을 위한 펀드다. 포트폴리오 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적인 매매 기법과는 다른 운용 전략을 가진 펀드들을 말한다.

대부분의 일반 주식형 펀드가 하락장에서는 마땅한 대비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반면 헤지펀드는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다양한 투자 기법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헤지펀드는 이미 역사가 60여년에 이른다. 헤지펀드는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을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일익을 담당해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한국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발전이 필수라는 판단 아래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국내 시장에 맞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지난해 헤지펀드가 처음 자본시장에 선을 보였을 당시 1400억원대에 불과하던 헤지펀드 시장은 1년 새 빠르게 성장해 설정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시중에 출시된 19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1조17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스마트Q토탈리턴, 스마트Q아비트리지는 각각 2127억원, 1565억원 이상의 설정액을 자랑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백두는 출시 석달 만에 1886억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1년 전 출범 당시만 해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지만 외형상으로는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입 1년이 지나면서 운용전략 및 투자자의 다변화도 점진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시장 리스크 확대 가능성 등 도입 초기의 일부 우려와 달리 시장 초기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익은 ‘극과 극’= 이처럼 한국형 헤지펀드가 1년 새 빠르게 성장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헤지펀드의 절반 이상(52.6%)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며 투자 원금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11월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에쿼티 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 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1호’가 8%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반면에 산은자산운용의 ‘KDB 파이오니어 롱숏 뉴트럴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11.13%의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헤지펀드 3개 모두 플러스 수익률로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더 좋은 수익률을 내려면 좀더 다양한 자산에 다양한 전략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은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단순하다. 대부분 국내 주식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전략에 의존할 뿐 해외시장 투자,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기회를 활용하는 데는 아직 미숙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헤지펀드 출시 1주년을 맞아 자리를 잡아 가는 곳과 적응 못하는 곳이 확실하게 구분되고 있다"며 "수익률 차이와 추세를 봤을 때 운용 역량이 역전되기는 이미 힘든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헤지펀드 수요 많아 성장 가능성 =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 업계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최근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역량 있는 헤지펀드 운용자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자산운용사 수탁고 10조원 이상' 등의 진입 요건을 폐지 및 완화해 내년부터 헤지펀드 시장은 더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에 따르면 내년 헤지펀드 진입 수요는 23개사(자산운용사 12개, 증권사 5개, 자문사 6개)에 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에서 차익거래, 이벤트드리븐 등 다양한 전략의 펀드 출시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며 "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중심으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축적되는 등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저변이 계속 확대될 경우 2~3년 내에 3조~5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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