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프로선수와 팬서비스

입력 2012-11-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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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프로스포츠는 팬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기준은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돈을 받고 직업선수로 활동하느냐 혹은 실력에 관계 없이 순수하게 스포츠 자체를 즐기느냐다.

프로선수가 돈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바로 팬이다.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입장료를 지불해가며 경기장을 찾는 팬들로 인해 선수들은 상상을 초월한 몸값을 받는다. 집에서 TV를 시청하는 팬들 역시 중계권료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선수들의 연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종종 일부 선수들은 팬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망각하곤 한다. 지난 18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 시티즌간의 K리그 경기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인천의 설기현이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나타내며 관중석으로 강하게 공을 차버린 것이다. 다행히 공은 관중이 없는 것으로 향해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다음날 설기현은 곧바로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를 무마했지만 이미 돌아선 팬 심(心)까지 되돌리기는 힘들었다.

축구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유럽에서는 선수들의 팬서비스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명문 축구팀 PSV 에인트호벤의 경우 훈련(거의 모든 훈련은 공개로 진행된다)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팬들만 거의 매일 200여명에 달한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가족 단위의 팬이 대부분이다. 훈련이 끝나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한데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다. 어린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에도 선수들은 절대 거절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훈련 후 1시간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오래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지만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이상 선수들은 성실하게 마지막 한 명의 부탁까지 들어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은 물론 구단을 알리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구단 서포터스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외국인 선수 케빈은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경기 홍보전단지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직접 돌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비를 털어 동네 주민들을 경기에 초대할 정도다. 케빈은 설기현이 유럽에서 몸담기도 했던 벨기에의 로열 앤트워프에서 대전으로 이적해 온 선수이기에 관중석을 향해 ‘강슛’을 날린 설기현과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특히 일찌감치 유럽에 진출해 그들의 팬서비스 문화를 직접 체험했던 설기현이었기에 이번 행동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국내 프로선수들에게 유럽에서와 같은 극진한 팬서비스를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경기를 보려고 직접 경기장을 찾아 온 팬들에게만이라도 실망감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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