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여의도1번지] 안철수의 ‘미괄식’ 화법

입력 2012-1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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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과 미괄식. 기자 선배들은 후배에게 기사를 쓸 때 두괄식으로 쓰라고 조언한다. 중요한 얘기를 앞으로 빼서 설명하라는 의미다. 미괄식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할 때 사용하듯 주제를 뒷부분에 배치해서 강조하는 방식이다.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강연 때 미괄식을 선호한다. 강연을 끝까지 듣길 바라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런 안철수의 화법을 이해하지 못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지난 23일 안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기자회견문의 첫 번째 문장은 “저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기자들은 백의종군과 후보 사퇴에 큰 의미를 뒀다. 그동안 안 전 후보의 대화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안 전 후보가 말한 백의종군은 방법론일 뿐이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도 미괄식의 인식이 엿보인다. 백의종군보다 단일후보 결정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88조’를 예로 들면서 안 전 후보를 치켜세우고 있다. 선거법 88조에 따르면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은 할 수가 없다.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문 후보가 이기든 안 전 후보가 이기든 서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퇴진으로 서로 망가지는 모습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게 민주당 측의 해석이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이긴다면 민주당은 해제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원들이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판세 속에서 안 전 후보는 기자회견 중간 쯤에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자신을 ‘정치인’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눈에 띈다. 안철수 전 후보는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어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은 저를 꾸짖고 문재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 달라”며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뒷부분에 안 전 후보가 강조한 내용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였다. 그는 “제가 부족한 탓에 여기서 물러나지만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기 않겠다”며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그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미괄식을 선호하는 안철수 식 화법을 감안하면 안 전 후보는 대통령보다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정치가 소중했던 것 같다. 정치권은 이해관계에 따른 행동보다 안 전 후보처럼 신념에 따른 행동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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