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프區 경제洞] 66억원짜리 골프 매너

입력 2012-11-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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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을.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골프장에서 노신사와 청년이 필드를 걷고 있었다.

시종일관 정중한 태도의 청년은 노신사에게 정성껏 레슨까지 해주는 모습이다. 누가 보더라도 굿 매너가 돋보이는 이 청년은 일본의 ‘골프황제’ 이시카와 료(21)다.

그와 함께 라운드 했던 노신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경영자 중 한명인 미타라이 후지오(75) 캐논 회장이다. 두 사람은 캐논이 주최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캐논오픈 프로암에 참가,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펼쳤다.

당시 두 사람의 라운드는 일본 전역에 화제가 됐다. 이시카와는 미타라이 회장과의 프로암 라운드를 통해 정중한 태도와 깔끔한 매너를 선보였고, 그로 인해 5억엔(약 66억원)의 고액 대회가 성사됐다.

미타라이 회장은 프로암 시상식장에서 대회 관계자와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기년도 캐논오픈 개최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타라이 회장은 “그의 정중한 태도와 깔끔한 매너에 반했다”며 “누구라도 그와 함께 라운드하면 열성팬이 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캐논오픈은 총상금 1억5000만엔(약 20억원)으로 골프장 대여료와 TV 중계료, 기타 운영비를 포함하면 약 5억엔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대회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개최됐지만 오랜 불황으로 인해 상금규모가 축소되는 등 내년도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이후 일본의 각 언론사에서는 ‘이시카와의 골프매너는 5억엔’이라고 보도하는 등 일제히 이시카와 띄워주기에 나섰다.

물론 일본 언론사들의 호들갑은 둘 째 가라면 서운할 정도다. 사소한 일도 이시카와와 관련되면 빅뉴스가 된다. 그러나 이시카와의 굿 매너에 얽힌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옛말엔 뼈대가 있다. 이 속담을 골프에 접목하면 ‘굿 매너 한 번에 5000만달러도 수주할 수 있다’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한 번의 굿 매너로 거래처와의 계약이 성사되거나 수주를 획득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만약 이시카와의 매너가 기대 이하였다면 캐논오픈은 JGTO 대회 스케줄에서 제외됐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시카와의 골프매너는 5억엔’이라는 말은 결코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바로 이것이 다른 스포츠와 차별화된 골프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골프는 지켜야할 매너와 에티켓이 많다.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심판 없이 진행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스윙을 하는 동안 움직이거나 떠들어서는 안 되고, 상대방 공보다 앞으로 나가 플레이 하거나 시야를 불안하게 해서도 안 된다. 티샷을 제외한 모든 샷은 홀컵에서 먼 사람부터 샷을 해야 하며, 먼저 홀아웃을 하더라도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퍼팅을 마칠 때까지 그린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밖에도 골퍼들이 지켜야할 매너는 밤새도록 이야기해도 부족할 정도다. 그러나 골프매너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마음 없는 매너는 상대방도 쉽게 알아차린다. 당연히 감동도 없다.

골프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운동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운동이 될 수도 있다.

골프매너는 그 사람의 인격이자 가치 판단 척도다. 결국 노력 여부에 따라서는 자신의 매너에 5000만달러 라벨을 붙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골프매너는 얼마짜리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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