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글로벌 DNA] 전략의 결정에서 시장 확대의 첨병까지 그들의 하루는…

입력 2012-11-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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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일하고 소주한잔 정나눔… "한국사람 다 됐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가 60만명을 넘어섰다. 1990년대 코리안드림 열풍으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근로자를 가정할 경우 벌써 15년 이상의 경력, 직책으로는 웬만한 차장급이다.

'2012년판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이들이 있다. 지난해 5월 러시아에서 온 이고르 쿠릴린(33세)씨, 지난 2007년 파키스탄에서 온 무하마드 알시프(27세)씨, 지난 2010년 일본에서 온 야마자키 노리에(35세)씨가 바로 그들이다. 언어, 피부색 모두 다른 그들만의 한국 적응기가 흥미롭다.

◇이고르 쿠릴린“얼굴보고 대화하면 정(情) 느낄 수 있죠”= 지난해 5월 KT에 입사해 글로벌사업개발단에서 아시아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전략 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2005년 국내대학 MBA 과정을 시작으로 한국 생활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국내 통신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한국 생활을 하면서 늘 영어를 써왔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었다. 의사소통도 어려운데다 한국 기업은 대체로 보수적일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KT에 입사해보니 분위기도 자유롭고 동료들도 친절해서 편하게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소통은 여전한 문제로 남아있다.

한글로 된 보고서를 읽다 보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다. 그 때마다 담당부서에 전화를 하거나 메일로 질문을 해서 물어본다. 대부분 직원들은 친절하게 답변해 줬지만, 생생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무리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직원들을 찾아 얼굴을 맞댔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멋적어 하던 직원들도 자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니 이방인이 아닌 동료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과 대화를 거듭할수록 업무를 할때 회사 전체를 생각하는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됐고,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요즘은 퇴근길에 ‘코리안 보드카’(소주)도 한 잔씩 하러 가자는 분들도 많다. 내가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스마트 컨버전스 시대는 산업 간의 경계도 국경도 아무 의미가 없다. KT는 강력한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술, 솔루션을 갖고 있다. 이런 노하우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자신한다.

◇무하마드 알시프 “책임 업무를 맡았을 때 기뻤다”= 5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왔고, 현재 현대안전유리공업에서 일하고 있다. 고국에는 부모님과 형 2명, 여동생 1명이 있다. 초·중·고등학교 동창들 중 먼저 한국에 자리를 잡았던 친구들의 권유로 오게 됐다. 이들로부터 한국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급여도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친구들이 말했던 것 만큼 한국은 아름답고 공기도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 생활 초창기에는 문화가 달라 재미있는 실수도 몇 번 경험했다. 파키스탄 남성은 길을 묻는 간단한 질문이라도 여성에게 쉽게 말을 걸지 않는다. 어느 휴일날 생필품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는 데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마트 점원에게 물어보려고 했으나 마트 대부분의 직원은 여성이었고 쉽게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결국 물건도 못사고 택시를 타고 다른 대형마트로 갔다. 그러나 그곳도 대부분의 직원이 여성이었고, 그렇게 몇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아무 물건도 사지 못했다.

반대로 생소하지만 배울점이 많은 문화도 있다. 먼저 시간을 철저하게 엄수한다는 점이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근무를 하는 문화가 좋게 느껴졌다. 또한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을 접할 때 한국어로 대화하려하는 경향도 한국어에 쉽게 익숙해 지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는 나쁠 때도 있겠지만, 내게는 신속한 생활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지난 2007년부터 한국에서 살다 보니 “나도 한국사람 다 됐네”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회사에서 근무한지 2년 가량 되던 날, 상사가 내게 생산업무 지시를 하고, 생산 품목 리스트를 주며 새로운 업무를 줬다.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것에 대해 책임감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고, 한국 사람과 똑같이 인정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에서 배우는 좋은 기술을 가지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작은 공장을 세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야마자키 노리에 “야근 식대 처음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 2010년 7월 한국에 와 현재 게임회사인 그라비티에서 파이낸스센터 사베인-옥슬리(SOX)팀 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는 내부통제를 맡고 있다. 그라비티는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라 재무관리가 유독 엄격하다. 회사 내 재무회계와 감사보고 등, 투명한 재무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한국에 온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2004년에 영국 유학시절, 한국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당시 일본에서는 ‘욘사마’열풍이 불 때였지만 욘사마가 누군지도 몰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편을 만난 뒤 한국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게 됐고, 당시 만난 지인의 소개로 그라비티에 입사하게 됐다.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직장 내 생활이 일본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업무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업무 중에 개인전화 받는 것도 신경이 쓰였고, 식사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개인전화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고 식사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회사에서 야근 식대를 주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일본에서는 그런 지원도 없었을 뿐더러 야근을 하더라도 일이 끝날 때 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업무에서도 형식적인 절차가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히 IT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쓰면 문자가 오고, 또 찜질방에서는 마사지 의자나 음식을 락커 열쇠로 결제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일본도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빠른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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