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가격의 '불편한 진실']10만원짜리 '백화점 블라우스', 원가는 3만원?

입력 2012-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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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원가는 30%뿐, 관리·유통비가 70% 차지…정가판매도 30%에 불과

▲23일 부산 신세계센텀시티 의류매장에서 고객들이 겨울 외투를 고르고 있다.(사진 왼쪽)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와 함께 하는 미니섬 프리마켓'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직장인 김미경(35.여)씨는 제법 추워진 날씨에 겨울 코트를 장만하러 백화점에 들렀다. 평소 인터넷 쇼핑몰이나 아웃렛을 이용하지만 겨울 코트만큼은 비싸도 질 좋은 것을 사야 할 것 같아 백화점에서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리저리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코트를 집어 가격표를 먼저 봤다. 캐시미어 소재 코트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할인해도 50만~60만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생각나 씁쓸했다.

옷값이 비싼 이유로는 백화점 수수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래도 의류 업체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려는 이유는 의류 전체 매출의 35% 이상이 백화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일반 대리점에 비해 면적 대비 매출액의 차이가 매우 크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의 서면이나 대구 등 지방상권 중심에는 모두 백화점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옷이 팔리는 것은 백화점이 가지는 집객 효과 때문이다. 핵심 상권 내에 있는 매장이라도 일반 가두점은 하루에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에 입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제조업체들이 높은 판매 수수료를 내고서라고 백화점에 입점하려는 이유다. 백화점의 판매 수수료율은 통상 30%대이다. 여성복은 35~40%, 남성정장이 34%, SPA브랜드는 10~20%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의류는 봉제 등 생산원가가 30%, 마케팅을 포함한 관리비용이 30%, 유통비용이 40%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은 매장을 임대해주는 임대사업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팔고 남은 재고는 모두 제조업체로 반품된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구조는 재고 등 제반 위험 전체를 제조업체가 떠안는다. 소비자 판매 가격이 생산자 가격의 4배가 넘어도 이익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높은 유통마진으로 옷값이 비싸게 책정되다 보니 정가에 팔리는 옷은 30%에 불과하다. 지난 8월 산업연구원의‘의류 재고시장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백화점, 대리점, 대형마트에서 정가로 판매되는 제품은 30%이고,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은 40%였다. 나머지 분량은 아웃렛으로 가거나 자체 소각된다. 백화점은 정상 가격으로 판매되고 남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정기세일, 시즌오프세일, 브랜드 세일 등 다양한 할인 행사를 기획한다. 백화점 세일에는 이월상품뿐 아니라 ‘세일을 위한’ 기획 상품까지 포함된다.

실제 여성복 A매장에는 2012 겨울 신상품 코트가 158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그 옆에는 비슷한 디자인의 코트가 68만원에 팔리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세일 상품은 작년 디자인에 소재를 조금 다르게 해서 제작된 기획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상 상품은 알파카 소재가 80% 이상 함유됐지만 기획 상품에는 30% 미만으로 포함돼 있다. 의류 업체 관계자는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 해외 직수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기획 상품을 제작해 할인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유통업체에 불과하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화점 브랜드 매니저는 “백화점 측에서 기획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옷값이 고공 행진을 하다보니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다. 회사원 김상진씨는 옷을 살 때 백화점에서 입어본 옷의 품명을 기억해 뒀다 인터넷에서 구입한다. 그는“백화점이 30% 정기 세일을 해도 인터넷몰에서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오프라인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이 없기 때문에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며 “동일한 상품이라고 해도 백화점과 백화점 자체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이 다른 이유는 매장 운영 비용만큼 쿠폰 등 할인 정책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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