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희망을 찾자-하②] 아등바등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의 한숨

입력 2012-10-2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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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외벌이 가구 ‘가계부’ 들여다보니

경기도 양주에 사는 워킹맘 박지은(34)씨 부부는 결혼한 지 2년째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 수입을 합하면 실수령액이 530만원 정도. 여기에 대출금 상환 월 160만원, 아이 둘 보육비 150만원, 종신보험과 실비보험 합해 40만원, 개인연금 50만원, 양가 용돈 40만원 제하고 나면 저금 할 수 있는 여윳돈은 청약저축 월 10만원이 전부다.

박 씨는 “결혼하고 나서 옷도 한 벌 제대로 산 적이 없는데 돈이 다 어디로 새 나가는지 모르겠다. 돈 모아서 보험회사 먹여 살리는 기분”이라면서 “매달 적자여서 심지어 카드깡을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외벌이 가구인 서울 은평구 김주은(34·여)씨는 8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회사원인 남편의 실 수령액 월 300만원으로 5살, 3살 두 형제를 키우는 김 씨는 매달 고정지출에 빚 갚고 생활비 쓰고 나면 늘 적자 가계부를 면치 못한다고 토로했다.

월급의 거의 절반이 각종 보험료와 아파트 대출 원금·이자 등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생활비는 카드 값으로 결제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식비만 60만원이 넘는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가끔 경조사비까지 겹치면 적자가 되기 일쑤입니다. 궁상떨며 아끼고 장을 보는데도 저축은 꿈도 못 꿉니다.”

맞벌이와 외벌이인 박씨와 김씨 부부가 민간보험사에 내는 보험료는 각 월 90만원과 70만원 가량.

노후를 대비한 연금보험, 아플 때를 대비한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 주거를 위한 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약 100만~130만원 정도다. 이 돈의 절반만 줄일 수 있어도 50만원이라는 여윳돈이 생긴다.

선진 복지국가는 노후, 의료, 주거 등 사회안전망을 공적 영역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로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민간부문서의 지출이 각 가정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중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는 지난 1991년 15.8%에서 지난해 26.9%로 11.1%포인트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대와 40대를 가장으로 둔 적자 가구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적자가구의 증가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세 둔화가 우려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은 가진 것이 집 밖에 없고 그 집도 부채로 이뤄진 것이어서 경기불황으로 인한 불만이 폭주하는 것”이라면서 “양극화 심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의 일관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내지만 복지 소외계층은 한국의 중산층이다. 주택비용과 치솟는 사교육비용에 부모 용돈까지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지만 중산층을 포괄하는 국가복지정책은 미비하다.

일반 국민 대상 보건복지 포털인 ‘복지로(www.bokjiro.go.kr)’를 검색한 결과 현재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11개 부처에서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는 총 296가지다.

하지만 월급쟁이들이 불만을 품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복지가 저소득층에게만 선별적으로 집중 투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정규모가 작고 복지예산이 적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296개의 복지서비스 중 보편적인 복지사업은 국가장학금, 난임부부지원, 임부철분제지급 정도로 가뭄에 콩나듯 한다. 이 밖에 대부분의 복지 서비스가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한다.

그나마 보편적 복지 개념이 구체화된 것이 ‘0~2세 무상보육’ 지원제도가 대표적이지만 정부가 무상보육 폐지를 골자로 한 보육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0~2세 전면 무상보육에서 내년 3월부터 소득하위 70% 가정에만 양육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소득하위 70%는 월소득 인정액이 524만원 이하(4인가구 기준)인 경우다. 그러나 월소득액 외에도 각종 재산과 부채를 소득으로 환산한 수치를 더해서 이 금액을 넘으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각 지자체·국세청·건강보험공단이 파악 중인 소득액이 바탕이지만 소득 파악이 안 된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축소 신고하거나 아파트·토지 등 각종 재산을 명의 이전하는 등의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 세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중산층의 불만이 새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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