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정부의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한국은행까지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생산과 소비, 투자가 둔화돼 걷어들이는 세금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성장률 4%라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이 부른 성장률 예측 불발의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한일재무 장관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2.4%와 정부의 인식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 말했다. 최근 경제상황에서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음에 공감하면서 사실상 올해 3% 성장이 불가능함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내놨던 3.0%에서 2.4%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8%에서 3.2%로 낮췄다. 한은까지 2% 성장을 공식 인정하자, 박 장관도 이달 진행되는 예산심의과정에서 정부의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보고 세수를 전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현동 국세청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8월말 현재 세수 실적이 70%에 그쳐 올해 예산 대비 세수달성이 어려울 것이라 공식 인정했다. 대내외 여건악화와 소비위축에 따른 국내 경기 부진 때문이다. 정부 최근 경제동향 분석을 통해 국내 소비·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되는 등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우리경제에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경제성장률 예측이 빗나가면 당장 내년 정부의 세입·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 중 예산편성 규모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전망에 비해 실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세수는 줄어들고 경기부양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므로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안이 변동되면 SOC(사회간접자본) 등 경기부양을 이끌 수 있는 국가기간산업 투자 예산부터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우려다. 고용·생산유발 효과가 큰 SOC 사업비가 줄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해칠 수 있다.
황종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분석관은 “대선주자들이 복지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당장 줄일 수 있는 사업비와 SOC관련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