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움직이는 부동산] "3개월짜리 활성화대책 효과 글쎄?"

입력 2012-10-11 11: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원전 6세기 그리스 크레타 사람인 에피메니데스는 ‘크레티카’라는 시에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만 한다’는 구절을 남겼다. 에피메니데스가 크레타 사람인 점을 감안하면 “나는 거짓말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위 예문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명제를 인정하면서 생기는 역설이다. BC 4세기부터 논리학자들 사이에서 ‘거짓말쟁이의 역설’이 본격 거론됐다. 동양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무기 상인이 남긴 ‘모순(矛盾)’이라는 표현이다.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는 창과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는 방패. 두 개가 부딪힌다면?

정부는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을 여러 번 내놨다. 대책이 발표됐음에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래가 전혀 활성화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주택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거래가 활발해지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즉 거래 활성화 대책 이면에는 집값 상승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기자의 한 지인이 최근 소형 주택을 구입하고자 했다. 올 연말까지 양도소득세·취득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기존 주택이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취득세 감면 혜택에 관심을 보였다.

그가 구입하려는 아파트는 서울 시내 22㎡형으로 집값은 2억5000만원대였다. 그는 500만원 정도 깎으려고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취득세 감면 혜택의 수혜를 매수자가 부담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500만원의 차이를 줄이지 못해 흥정이 깨졌다. 집주인이 세금 감면 혜택으로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결국 매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의 활성화 대책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2007년 경기도 파주에 지어진 아파트를 빚내서 구매한 중소기업의 한 임원은 훨씬 냉소적이다. 그는 월급 대부분을 금융권에 이자와 원금으로 갚으면서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린다. “정부는 주택거래가 활성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는 “정부가 거래 활성화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집값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라며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거래를 동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3개월짜리’ 양도세·취득세 감면 혜택을 들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만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거래가 3개월만 풀리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거래 활성화를 기대했다면 1년이나 2년쯤 혜택을 줘야 하는데 3개월짜리는 너무했다는 얘기다.

주택소유자들은 ‘집값 안정에 기반을 둔 거래활성화 대책 = 거래동결(?)’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집값 안정’을 외치면서‘주택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책을 선뜻 믿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약발도 안먹히는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더 우울해진 한국인…1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문제" [데이터클립]
  • “고민시만 불쌍해요”…‘서진이네2’ 방송 후기에 고민시만 언급된 이유 [요즘, 이거]
  • "이별 통보하자…" 현직 프로야구 선수, 여자친구 폭행해 경찰 입건
  • 블랙핑크 제니, 실내흡연?…자체 제작 브이로그에 딱 걸렸다
  • 설욕전 대성공…'최강야구' 강릉영동대 직관전, 니퍼트 150km 대기록 달성
  • 경북 청도 호우경보 '폭우 또'…포항·경산·경주·영천·고령도 유지
  • 비트코인, 하방 압력 이겨내고 5%↑…"이더리움 ETF, 18일 승인 유력" [Bit코인]
  • '발등에 불' 네카오 경영전략…이해진·김범수의 엇갈린 행보
  • 오늘의 상승종목

  • 07.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848,000
    • +1.9%
    • 이더리움
    • 4,330,000
    • +4.11%
    • 비트코인 캐시
    • 474,000
    • +6.11%
    • 리플
    • 615
    • +2.16%
    • 솔라나
    • 200,900
    • +6.63%
    • 에이다
    • 525
    • +5.21%
    • 이오스
    • 733
    • +5.01%
    • 트론
    • 181
    • +1.69%
    • 스텔라루멘
    • 124
    • +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200
    • +4.57%
    • 체인링크
    • 18,300
    • +1.89%
    • 샌드박스
    • 416
    • +3.2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