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김현진 우리은행 종로4가지점 계장 "주말에만 만납시다"

입력 2012-10-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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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서둘러 마감을 하고 지점을 나선다. 일주일 만에 만나게 될 남편을 떠올리며 숨 가쁘게 달려 호남선 열차에 몸을 맡기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남편과 나는 2011년 10월 결혼을 한 신혼부부이다. 결혼한 지 3개월, 한참 깨를 쏟아 붓고, 지지고 볶을 신혼이지만 주중에는 도통 고소한 깨 향기를 만들기 어렵다.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부부의 정을 확인하는 우리는 ‘주말부부’다. 남편은 나라를 지키는 육군 장교이고, 나는 종로4가지점을 지키는 은행원이다. 언제 봐도 늠름한 남편은 전방부대에서 소대장과 정보장교를 거쳐 지금은 전라남도 장성의 군사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덕분에 결혼 초부터 평일은 결혼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남편의 생도 시절부터 오늘까지 주말 연인과 부부로 지낸 지 어언 4년째. 가끔은 이런 현실이 속상할 때도 있다. 많은 사람이 결혼 후 “결혼하니 좋니”라고 묻는다. 그 말에 “주말만 좋아요. 평일에는 유부녀가 아니라 그냥 저희 부모님 딸이에요.”라고 대답하면 다들 크게 웃는다.

남편이 주말만이라도 서울로 오면 좋겠지만, 지금은 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교육생 입장이기에 쉽게 서울로 올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내조를 한답시고 매주 기차를 타고 전라남도 장성으로 향한다. 여행이라 생각하면 남편이 있는 장성으로 가는 길도 한결 즐겁다. 기차에서 내려 남편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나면 배고픔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곧 늦은 저녁 메뉴를 정하고 식당으로 들어선다. 단돈 만 원에 상다리 휘어지는 백반집에, 감칠맛 나는 떡갈비, 미네랄 가득한 남도의 펄이 느껴지는 싱싱한 낙지까지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먹거리는 장성에서 맛보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먹거리 투어는 다음날로 이어지고 남편과 헤어짐을 뒤로 하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나를 발견한다.

주말부부 생활 덕분에 군인의 아내가 겪어야 할 고생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다. 그 자유를 은행원으로서 평범한 일상에 쏟아 붓고 있다. 남편을 내조하는 주말에는 ‘군인 아내 모드’로 일시 전환했다가 평일은 ‘은행원 모드’로 돌아온다. 어찌 보면 불가피한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모드 구분’이지만, 남편과 나의 발전을 위해서 정말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입행 5년 차이자 결혼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우리은행의 수많은 행원 중 한 명이기에 오늘 주어진 시간을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은행원으로 발전하는 데 사용한다.

오늘도 출근길에 통화하면서 수화기 너머로 부담 팍팍 주는 나의 애교 섞인 말에 너털웃음을 짓는 우리 남편. 비록 떨어져 있어도 남편은 대한민국 육군으로 아내는 은행원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부부의 빛나는 미래를 위하여, 오늘도 주말부부의 삶을 기꺼이 받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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