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김 화 대한언론인회 전문위원 "짝짓기와 줄 세우기 경쟁의 대선판국"

입력 2012-10-08 12:45 수정 2012-10-0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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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최상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고, 차선도 없으면 가장 나쁜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 외환위기를 야기한 한 전 대통령은 “18대 대통령 후보 중에는 훌륭한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한 전 대통령을 국민들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지만, 이 분의 눈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훌륭한 대통령 감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국민들은 현대국가의 대통령으로 ‘영웅’이 아닌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동격의 ‘보통사람’을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최근의 대선판국을 볼 때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12월 19일 대선을 70일 앞 둔 대선정국은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고 이념을 초월한 짝짓기와 자신의 캠프에 권력지향의 폴리페셔(정치교수)· 용도가 폐기된 구정치인· 마지막 이름값을 하려는 퇴직관료들의 줄 세우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보수와 진보정권을 오가며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과 국회의원을 지내고 뇌물혐의로 실형까지 산 김종인은 지난 총선 때부터 박근혜 새누리당에 둥지를 틀었고, 노태우정권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중도보수의 책사라는 윤여준은 문재인 캠프로 스카웃 되었다. 윤 씨는 한 때 안철수의 맨토를 자처했으나 매몰차게 외면당했다. 진보단체로부터 관치금융 집행자의 대명사로 불리운 이현재 전 재경부 장관은 안철수의 경제 맨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동교동계 전 국회의원 20여명이 박근혜 캠프로 들어간다고 하며, 전남대 교수는 무더기로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다.

이념이 같거나 동조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정책이라도 공감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몸을 적신 이념에서 벗어나 반대되는 이념의 캠프로 간 것인지 묻고 싶다. 아니 이것은 필자의 어리석은 질문이다. 박근혜는 ‘통합’을, 문재인은 ‘변화’를, 안철수는 ‘혁신’을 선거 캐치프래이스로 내걸었지만 복지와 경제정책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근혜 후보가 야당의 상징적인 정책이던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으뜸정책으로 내세웠고,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보수정당의 전매특허 격인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으며, 안철수 후보는 성장과 분배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 간의 정책에서 전문가들도 보수와 진보로 식별하고 구분하기에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세 후보의 복지·경제 정책에서 진보와 보수의 거의 구별은 없다. 이런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현대사회는 비행기의 양 날개처럼 보수와 진보 두 축의 경쟁과 융합과 순환으로 진화한다. 사회를 보수와 진보 양극화해서 자기편은 동지요 상대편은 적으로 간주하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은 낡은 시대정신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처럼 서로 교차 집권하면서 보완과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사회를 통합하고 국가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이념에 색맹이 걸리면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혼란을 부채질 할 뿐이다. 대선 승리를 위한 보수와 진보의 ‘묻지마식’ 짝짓기라도 고질적인 이념 투쟁을 넘어선 사회통합을 위한 첫걸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수들의 특정 후보 집단지지와 반대이념에 묻혀있던 인사들의 대선 전 영입이 각 후보자의 이미지 제고와 세력 확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고 그들을 보고 표를 주겠냐는 것이다. 각 후보 캠프는 후보자의 정책과 국정운영 노선을 같이 할 인사인가를 따지고 검증한 다음 영입하는 게 아니라 교수·국회의원·장관 등 대중적인 지명도만 보고 무조건 끌어들인다. 어떤 인사는 여기저기 대선 캠프에 추파를 던지고 경쟁을 벌여 몸값을 높이기까지 한다. 세력 확장을 위한 묻지마식 지지와 영입은 한 마디로 구시대적 정치 작태다. 시대가 변했으면, 국민의식이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시대정신에 맞는 선거전과 전략을 구사해야 국민은 감동을 받고 표를 준다. 이들은 영입된다고 해도 일회용 ‘간판용’과 ‘장식용’으로 활용되다가 선거가 끝나면 용도폐기 되기 마련이다. 구시대 정치의 타파를 위해 후보자나 그 캠프나 교수·정치인 등 지명인의 자기성찰과 반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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