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企와 經] 재계“모난 돌이 정 맞는다”

입력 2012-09-1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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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튀는 행동을 해봐야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최근 재계의 움직임을 보면 이 속담처럼 적합한 표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은 사실상‘재벌개혁’이나 다름없는 ‘경제민주화’실현에 올인하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더없이 좋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한국기업사에서 재벌들이 저질렀던 폐해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

대선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30대그룹 기획담당 사장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정치권의 각종 움직임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 나라가 재벌개혁을 내세우는 가운데 기업경영과 가장 밀접한 지경부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재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재계는 장관의 발언에 감동(?)은 고사하고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불황을 빌미로 주요그룹들이 고용과 투자계획을 축소하지 않을까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가 배포한 간담회 관련 보도자료에는 “대내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재계가 고용과 투자를 축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재계의 노력을 치하하는 내용이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간담회를 마치고 난 후 “하반기에 국내외 경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연초에 발표한 투자와 고용창출은 가능하겠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계가 연초에 수립했던 고용·투자계획 등에 대해 추진현황과 향후 예정사항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점검을 실시했다는 후문이다.

고용·투자 외에도 재계의 눈치보기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서 강의를 맡은 삼성경제연구소 류한호 전무는 “요즘처럼 정치사회적인 위험이 큰 시기에는 괜히 오해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하부정관’고 삼성 사장단에게 조언했다.

정치권이 재벌 개혁을 내세우면서 목소리를 키우는 가운데 괜한 언행을 해봐야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 재계 1위인 삼성에서 이같은 말이 연이어 나오니 나머지 그룹의 상황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재계 전문사이트 재벌닷컴이 최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그룹의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6%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경제력이 재벌에게 집중됐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대기업들의 산업활동이 없이는 국가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 경제,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바짝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만난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권력은 유한하고 자본은 무한하다며 기업의 영향력이 강해졌다고들 하지만 영원히 기업이 정부나 정치권에게는 ‘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요?”라고 한 말이 귓가에 맴도는 이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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