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대해부]국내 증권사 애널의 고충 "소신 앞세우고 싶지만…힘들다"

입력 2012-09-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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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처럼 매도 의견 내놓으면 해당기업 탐방 거부 등 찬밥신세

# A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담당하던 코스닥 대장주 B기업의 목표 주가를 내리는 보고서를 썼다가 봉변을 당했다. 해당 기업 주식 담당자가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과 공식 행사 참석에 적극 반대했기 때문이다. B기업이 워낙 규모가 크고, 반박도 거세 결국 그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다시 보고서 작성해야 했다

“매도 가능성이 크더라도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기업 탐방인데 일부 업체 들은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 탐방 자체를 거부해요.”

‘매수’ 일색 보고서가 증권가를 뒤덮은 현상에 대한 C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고백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8월27일까지 증권사들이 낸 총 1만 1,7123건의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비중축소를 낸 보고서 역시 1건이었다.

투자자들과 기관들은 소신 결핍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매도 의견을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애널리스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안타깝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고객 유치와 분석 기업 관리를 위한 기업탐방과 주식 담당자와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그러나 담당하는 기업의 주가를 냉정히 분석해 ‘매도’ 의견을 낼 경우 담당 기업으로부터 찬밥 신세를 당하고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이 다반사이다.

업계 일각에선 매도 보고서를 썼다가 해당 기업에 찍혀서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전향했던 모 애널리스트의 일화는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들은 과거보다 다소 나아졌지만 그래도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큰 영향을 주는 코스닥 업종에선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애널리스트는 “일부 코스닥 대장주의 주식 담당자는 아직도 매도 보고서를 내면 탐방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아예 보고서를 안쓰면 안썼지, 매도 보고서를 쓰는 건 이래저래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상장기업의 주가가 전체적으로 우상향(상승) 형태라 소신대로 한다 해도 사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매도 의견을 내기가 힘들다"며 "여기에 눈치까지 심하게 봐야 할 상황이 되면 사실상 매도 의견은 애초부터 배제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리포트에 기업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솔직한 묘사와 거침없는 표현을 구사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97년 당시 외환 위기를 예상해 ’한국증시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전 도이치증권 스티브 마빈 리서치 헤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선 외국계 증권사만큼 소신 있는 견해를 펼치기가 이래저래 부담인 게 현실이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말로는 금융 선진국을 외치지만 실상 투자분석을 하다보면 일부 기업들의 행태는 도를 넘는다”며 “국내 기업들도 매도 의견에 대한 거부감을 버려야 질적으로 성숙한 투자문화가 자리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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