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 "박정희의 독도와 박근혜의 독도"

입력 2012-08-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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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요즘 단연 화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독도를 방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던 축구대표팀의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세레모니를 하는 바람에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독도 논쟁에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후보가 제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 탓이다. 2004년 6월 연합뉴스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찾은 1000여쪽의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에는 1965년 5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한·일 수교를 한 달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해 딘 러스크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가 기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irritating problems)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고 말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측은 처음엔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발언은 일본 측이 한 것으로 되어 있다”라는 주장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이 그런 문서가 있다면 문서의 출처와 근거를 대라고 요구하자 “중요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문 후보 측이 전체적인 맥락을 왜곡해 공격의 빌미로 삼은 것”이라며 일보 후퇴한 인상을 주고 있다.

사실 박 후보는 작년에 이미 “우리 정부는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만천하에 분명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해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을 주장했었다. 박 후보의 독도에 대한 인식이 이러함에도 이 문제가 정치권의 공방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대권구도에 영향을 주는 건 박 후보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잘하지 못했다는 데서 연유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5.16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 후보가 공적인 차원에서의 박 전 대통령과 부녀관계인 아버지 박정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그건 과거의 대통령이 한 말이고 지금의 박근혜 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국민이 갖게 만들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부자지간 혹은 부녀지간에 정치를 하더라도 정치적 소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는 세계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아버지를 평가하는 것과 대선 후보로서 전직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자신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를 지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과의 차별은 어쩌면 일부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녔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지층을 지키려다간 지지층의 외연확대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할 수 있단 점을 들 수 있다. 백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설령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과감히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자질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친인척 비리도 그런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지지 않았나. 정치는 최선을 선택한다기보다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는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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