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주폭 떠안은 병원 직접 가보니 ‘아수라장’

입력 2012-08-06 09:47 수정 2012-08-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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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실시된 ‘응급실 전문의 당직의사제’ 등 불만 폭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주취자 보호·치료를 위한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 근무 경찰이 주취자 보호ㆍ치료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새벽 2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술에 잔뜩 취한 한 남자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들어와 의사를 찾았다. 응급실 인턴은 “기본적으로 봉합은 모든 의사가 할 수 있지만 이마가 찢어졌기 때문에 성형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시간이 지난 3시 59분 치료후 약을 받은 이 남자는 자신을 오래 기다리게 했다며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 응급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경찰관이 상주해도 만취자들은 다음날이면 또 술 먹고 들어와 행패 부립니다. 따로 중독 치료를 한다면 모를까 주취자의 폭력과 욕설로 응급실이 전쟁터입니다.” (한 응급실 당직의)

피서철인 5일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발의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일선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주취자에 대해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주취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만취 주취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주취자 원스톱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해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주취자의 난동, 폭력 또는 그 밖의 위험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관을 상주시키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법안이 주취자의 폭력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관은 ‘주취자 체크리스트’를 통해 항목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 지정된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할 수 있는데 법안에서 정의하는 주취자는 알콜중독자, 만취자와 함께 행려환자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주폭을 비롯한 노숙자들까지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것.

하지만 경찰은 폭행 등의 행위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폭언과 욕설 등의 소란이나 수납 등 원무와 관련된 민사적인 부분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경찰관의 응급실 상주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하루 평균 응급환자 수는 60~70명이며 이 가운데 행려환자 주취자에 속하는 경우는 평균 8~10명. 일반인 주취자 포함하면 15명이 매일 병원을 찾는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 만취자나 노숙자(행려자)들을 보호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위험상황이 있기 때문에 경찰관이 상주할 필요는 있지만 경찰관이 상주한다고 주취자의 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5일부터 시행된 ‘응급의료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당직 전문의가 응급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병원에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개정법에 따라 수련 과정에 있는 레지던트(전공의)는 병원 응급실 당직에서 제외되고 대신 전문의들이 비상호출인 ‘온 콜’(비상호출체계)을 받아 환자를 직접 진료해야 한다.

한 전문의는 “전문의가 1~2명 뿐인 병원은 1년 내내 당직을 서야하는 문제에 직면한다”면서 “전문의가 호출에 응하지 않을 때 처벌이 따른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전원)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법’으로 인한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개월간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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