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의 사회학]노년이 성…성기능 장애…'음지에서 양지로'

입력 2012-07-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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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혁명

파란 알약의 등장으로 바뀐 한국의 성문화와 성 의식은 엄청나다. 성 담론부터 발기부전에 대한 의학적 인식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발기부전치료제가 등장하기 전 성 담론은 지극히 폐쇄적이었다. 노인들의 성생활은 부정됐고 남성들은 섹스를 자식을 낳기 위한 행위와 단순한 배설행위로 구분했다. 무엇보다 성 질환은 성 담론에서 아예 제외됐었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발기부전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성 담론에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즐기는 사랑과 쾌락 측면이 강조되고 남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치료 의지가 편입된다.

▲과거 노인에 대한 성 담론이 전무했던 것과 달리 비아그리 등 발기부전치료제 등장으로 노인 성 생활이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 고령층의 성 담론 양지화 = 비아그라 출시 이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크게 감지된 변화는 노인들의 성 담론이다. 비아그라 출시 이전에는 성 담론에서 노인들이 철저하게 배제됐다. 부끄러운 것, 은폐돼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노인의 성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2년 노인의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개봉한 것도 이 같은 환경 덕분이었다.

50~60대가 되면 성생활은 끝났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오늘날 80대 노인들도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성상담 전화를 운영하면서 노인들의 상담이 증가하자 2009년 5월부터 ‘노인 성 상담전화’를 따로 개설했다.

상담전화 유형을 자세히 보면 상담자의 75%(293명)가 남성이었다. 남성 노인 상담자 중 60대가 45%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34%), 50대(7%) 순이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노인들의 성 상담 내용은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확실히 90년대 초반과 비교할 때 성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양대열 한림대학교 비뇨기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20년 전까지 발기부전이 드물었을 뿐 아니라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며 “과거 전혀 없었던 60~70대의 성 담론과 달리 이젠 80대도 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성 의식의 변화 = 비아그라는 왜곡된 성 의식에서 남성들을 해방시킨 측면도 있다. 가부장적 성 의식이 비단 여성들만 괴롭힌 것은 아니다. 남성들 역시 유교 문화 속 왜곡된 성 의식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유교 문화에서 ‘성’은 부부 사이에서도 쾌락보다 자손을 위해 존재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랑-성-결혼의 삼위일체는 근대적 소산이다. 유럽에서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등장한 이 ‘낭만적 사랑’이 한국 사회에서 이상적 사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70년대 이전까지 남자들은 성이란 대를 잇기 위한 것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자식을 낳기 위해 부인과 하는 섹스와 즐거움을 주는 섹스를 구분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남정우 순천향대학교 교양교육원 초빙교수는 “유교 문화에서 자손번영의 섹스는 성의 개념이 아니라 음양의 개념이었다”며 “그러나 섹스는 음양의 개념뿐만 아니라 쾌락을 주는 성(性)의 개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는 이런 유교 문화의 이중적 성에 젖은 남성들의 성 의식을 변화시킨다. 성은 부부가 함께 만족하고 즐기는 놀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보편화한 것이다. 채홍수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006년 ‘발기부전 환자와 비아그라를 통해 본 한국 남성의 남성성’이란 논문에서 “비아그라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에 대한 의사소통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건전하게 쾌락을 주는 성의 개념이 은밀하고 음양의 부속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 음양의 개념과 대등한 지위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남성질환에 대한 이해도 높여 = 발기부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많아지면서 동반질환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다. 조루와 발기부전 간의 차이조차 제대로 몰랐던 과거에 비하면 성기능 장애에 대한 인식이 대폭 개선된 셈이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이해로 치료에 대한 의지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얼마나 약 효과를 길게 갖느냐’에 치중했던 약 개발도 최근에는 ‘전립선 비대증 등 다른 비뇨기과 질환을 함께 치료할 수 있는지’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사의 치료제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발기부전 환자의 50% 이상에서 전립선 비대증이 동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발기부전이나 전립선비대증 중 하나의 질환만 진단받았더라도 다른 질환도 함께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게 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조정우(42·가명)씨는 “남자에게 발기부전은 절실한 문제다, 단순히 더 큰 쾌락을 즐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치료를 위해 복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발기부전치료제 오·남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10여년전보다 남성질환에 대한 이해와 복용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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