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부실계열사 자금거래 백태

입력 2012-07-25 10:14 수정 2012-07-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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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넘어 가는 중기 자금사정 도산 위기 ‘끙끙’…대기업 부실 계열사 담보 없는 저리자금 ‘펑펑’

# “재무제표 위주 평가 조건이 까다롭다.”“신용대출은 불가하고 혹 된다 해도 너무 높은 금리 요구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사정 긴급조사과정에서 접수된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민원이다.

# “정상적인 자금대여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계열사에 5~6%대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 준 대기업 계열사 측의 답변이다. 저리에 그룹내부 자금을 빌린 계열사 측은 “은행권에서 빌려 올 수 있는 금리를 적용해 차입했다”고 밝혔다.

◇오너 회사면 재무는 묻지마?=올 들어 가장 많은 내부자금거래를 한 곳은 동양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양레저다. 동양레저는 1월부터 7월까지 40여차례에 걸쳐 계열사와 차입계약을 체결했다.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자금 잔액이 6월말 기준 약 630억원 규모이다. 적용된 금리는 9.3%다. 차입기간을 보면 초단기로 자금을 돌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부영그룹 부영엔터테인먼트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지만 저리에 계열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 회사는 이중근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성한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자본금의 25배에 이르는 25억원을 그룹 주력계열사로부터 연 이자 5.5%에 빌렸다.

◇저금리 논란=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계열사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이하 코너스톤)는 지난 3월말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4.06%의 이자율로 130억원을 빌렸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금리보다 2%포인트 가량 낮다. 코너스톤은 지난해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111억원이 많은 완전자본잠식 회사다.

부영그룹 계열사 부영CC는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동광주택과 부영주택으로부터 5.5% 이자율로 500여억원을 차입했다. 이 자금은 만기가 돌아온 시중은행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됐다. 부영CC는 지난해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회사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 코오롱씨앤씨는 올해 계열사로부터 연리 7.6%의 조건으로 54억여원을 차입했다. 코오롱씨앤씨는 적자가 매년 쌓이면서 부채가 자산보다 220억원이 많은 상태다.

롯데캐피탈의 계열사 자금 대여 조건도 논란거리다. 롯데캐피탈은 지난 1월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연이자 7.4% 조건으로 100억원을 빌려줬다. 롯데피에스넷은 차입당시 4390%의 부채비율에 사실상 자본 잠식율이 88%에 이르는 상태다. 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에 대해서도 올 들어 8차례에 걸쳐 4%대 이자로 1282억원을 빌려줬다. 코리아세븐에 적용된 이자율은 롯데캐피탈 신용 대출계약 중 가장 낮은 금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20일 현재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내부자금거래 공시 중 완전자본잠식 계열사와의 거래는 123건이다. 거래금액은 1조250여억원이다.

◇너무도 다른 중소기업 사정=“임대공장에서 자사공장 구입하는 과정에서 은행과 운전자금재연장을 하면서 기존보다 2배 높은 금리 15%가 적용돼 아파트와 시골 땅까지 내놓은 상태다.” 중소기업 A사 대표이사의 최근 고민거리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실적은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지만 은행권 실무자가 계속 좋은 않게 회사를 보고 있어 대출을 못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6월 국내 중소기업 15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사정 긴급 조사 결과 현재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사정이 지난해와 비교해서 ‘곤란’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39.9%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17.6%에 불과했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원인으로는 ‘매출감소’(29.9%)가 가장 많았고, 판매대금 회수지연(18.2%), 원자재가격상승(16.9%)가 뒤를 이었다. 특히 정책금융 이용곤란(14.3%), 금융권 대출곤란(13.0%)에 대한 답변비율도 적지 않아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제도금융권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당내부지원 면죄부는 은행?=국내 대기업 부실계열사들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내부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비밀은 은행권의 후한 대출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 부당내부지원 심사지침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에서 적용되는 개별정상금리를 빌리는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금융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이자수준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 규정에 따른 만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 계열사 A사가 3~6개월전 5%대 이자율로 은행으로부터 100억원을 빌린 기록이 있다면 이후 대규모 손실에 따라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은행권 대출 이자 수준으로 A사에게 빌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빌려주는 금리는 주력계열사의 금융권 조달금리보다 높기만 하면 법인세법도 피해갈 수 있다. 실제 일부 대기업 부실계열사들은 상황이 좋던 때의 은행권 대출이자 수준을 적용해 주력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린 후 기존 은행 대출금을 갚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0대 그룹내 계열사 중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 38곳에 대한 시중은행의 대출금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이자율은 5~6% 수준이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무조건 대출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이 힘들 때 주력계열사들이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인식을 은행 실무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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