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프로골퍼는 '백수'

입력 2012-07-18 10:43 수정 2012-07-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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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프로골퍼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금은 폭등하는 요즘 나에게 큰 고민 하나가 생겼다.

결혼을 앞둔 요즘 양가 어른을 모시고 상견례에 앞서 새로 살 집을 구하러 다녔다. 집을 구하려니 몫 돈이 들고 은행을 찾아 전세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나 자신과 대한민국 금융권에 대한 실망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내 직업은 프로골퍼다. 중학교 2학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이후 골프란 운동에 매력을 느껴 프로골퍼가 되기 부단한 노력을 했고, 2004년 세미프로 테스트(현 퀄리파잉스쿨테스트)에 합격해 프로골퍼 세계에 입문했다.

지금껏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물어보면 당당히 ‘프로골퍼’라고 나 자신을 소개했다. 대한민국에 5000명 내외 희소 직업이란 사실에 사명감을 가졌다. 전문 직종 종사자란 뿌듯함도 컸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요즘은 그 직업적 사명감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프로골퍼, 직업일까? 단순한 자격증일까? 난 은행에서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해 상담을 받은 후 결국 운전면허증 같은 아니 그 보다도 못한 하나의 자격증이란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는 약 5000명에 프로 골퍼들이 소속돼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에서 보증을 서는 금융권 대출에서 단순히 자격증을 소지한 백수로 취급 받는다. 이유가 재미있다. 소득에 대한 증빙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상담창구 직원에 따르면 전문직인 것도 알고, 프로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것도 알지만 그건 본인 사정이란다.

대부분 세미프로(준회원), PGA프로(정회원)들은 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못 하면 남을 가르치는 티칭프로 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체육백서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가자들이 향후 참가해 보고 싶은 종목으로 골프가 2위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올해 3월 기준 골프장 내장객수가 147만 9508명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증가했단 조사도 발표했다.

골프는 더 이상 귀족 스포츠가 아니다. 생활 체육의 한 분야다. 그 한 쪽에 프로골퍼가 있다. 프로들은 월급도 연봉도 없다. 일반인 대상 레슨 비용이 수입의 전부다. 때문에 사회 통념상 전문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세금에 관한 신고가 없으니 직업으로 인정을 못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치열하게 입사시험을 치르고 회사 생활을 하는 주변 친구들이 너무 부러울때가 요즘이다. 나는 골프와 함께 20년을 보내왔다. 대학에서도 세부전공으로 골프를 배웠고, 대학원에서도 골프를 통해 석사 학위도 취득했다. 현재는 스포츠산업 전공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골프와 함께 참 열심히 살아온 내게 전세 대출 하나 받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붕’을 가져올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내가 세금과 금융 쪽에 무지해 생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프로를 고용하는 골프연습장에서도, 정부에서도, 프로골퍼들도 직업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논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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