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유례없는 '중형'…경제민주화 신호탄 촉각

입력 2012-07-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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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9년 구형, 90년대 이후 재판회부 10명중 최고형…"재벌개혁 바람 사회전반으로 번졌다"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최종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9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에 대해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이해하더라도 유례없는 중형 구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향후 잇따른 재벌 총수에 대한 재판에서도 이 같은 법 적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여야가 재벌총수의 사면제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하면서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중형 구형은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수천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지난 2월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량으로 이례적인 중형 구형이다. 또 1990년 이후 재벌총수를 대상으로 한 구형량 가운데 최고다.

검찰은 “피고인이 차명계좌와 관련해 조세 포탈과 허위자료 제출 등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법 앞에서는 금권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면서 “피고인은 재판 내내 차명계좌 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정황 상 이를 세심하게 관리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중형 구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ㆍ배임액수가 5억~50억원 미만이면 징역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검찰의 엄격한 법적용으로 김 회장에 대한 중형 구형은 이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990년 이후 최근까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횡령ㆍ배임, 비자금 조성 등으로 재판정에 섰던 7명이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전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재계가 검찰의 중형 구형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검찰 구형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총수를 겨냥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와 반기업 정서가 사법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가 재벌을 희생양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마녀사냥에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여야가 치열한 총선을 치르고 있었던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 형사제11부가 1400억원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의 중형을 선고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이 간암 수술 등 이 전 회장의 건강을 고려해 감형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모친 이선애(84) 전 태광산업 상무는 고령에 뇌졸중을 앓고 있음에도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이 선고돼 그동안 기업인 재판에서 볼 수 있었던 정상참작과 경제발전의 공로 등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재벌총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각종 재벌개혁 바람이 검찰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형 구형에는 검찰의 자체적인 자존심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한화그룹측의 소명 받아들여 재판부가 교체되기 이전인 지난 2월보다 낮춰 구형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여야가 한 목소리로 재벌총수의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검찰의 운신폭은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 법정 개원일인 지난 5월 30일 19개 민생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9일에는 경제민주화 관련 9개 법안을 한꺼번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에는 특가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3분의 2 이상 형기를 채우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인 경우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도 16일 재벌총수의 횡령 및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날 수 없도록 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횡령 및 배임 규모가 300억원 이상일 땐 무기징역 또는 15년 이상 징역,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일 때는 10년 이상 유기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법이 정식 시행되면 법원이 형기를 절반으로 낮추더라도 원천적으로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 이하로 선고가 불가능하다.

10대 그룹 한 관계자는 “정당의 법안 발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여야의 개정안 발의가 법 개정 이전에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와 다른 사법부의 잣대에 향후 공판을 앞두고 있는 재벌총수들도 예상되는 구형 및 선고 형량 수위에 우려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재벌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그리고 항소심이 진행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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