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과천담론]박재완 장관의 '불통'

입력 2012-07-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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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경제팀장

요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작년 취임 때부터 ‘공짜 점심은 없다’며 반(反)포퓰리즘 전사(戰士)를 자처했던 그가 정치권과의 무상보육 싸움에서 보기좋게 한 방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보육 재원을 즉각 마련하라고 예비비 6000억원 투입을 압박하고 나섰다. 예비비는 보통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최후의 그 순간까지 아껴야 하는 돈이다. 그만큼 지방재정의 고갈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민주통합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가 빚을 져서라도(추경 편성) 지자체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 장관은 정치권의 압박이 난감한 모양이다. 경기 불황으로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금리를 내리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가운데서도 내년도 균형재정 원칙을 세워놓고 금리 인상이나 추경 카드를 꺼내지 않았던 그다.

당정 협의에서도 그의 소극적 부양 정책은 큰 반대 없이 마무리됐다. 모든 게 술술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는 정치인 출신 답지 않게 원칙만을 앞세웠다. 14조원 어치의 무기구매, 인천공항 지분 매각, KTX 민영화 등 굵직한 현안들을 정권 말기에도 현 정부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무상보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은 김동연 차관이 꺼냈지만, 이 사안은 박 장관의 의중이 담겼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고위 공무원은 정부 정책과 관련해 결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다.

이미 부처 내부에서 논의가 되고 장관도 인지한 내용을 적절한 시기에 김 차관이 얘기했다는 게 맞다. 정치권의 말대로 김차관 ‘개인적인 의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박 장관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정치인 출신으로서 현 정권과 집권당의 다음 실세와 함께 무상보육 등 정책에 대해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더 절실했다.

균형재정·건전재정을 위해서였다면 치열한 논쟁과 설득 과정을 통해 포퓰리즘을 막아내려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했다. 느닷없이 무상보육 전면지원을 선별지원으로 선회하겠다고 국민과 당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국민 혼란만 가중될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정치는 명분이 수반돼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율이 이뤄져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박 장관이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서 정무수석에 임명됐던 것도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 였고 실제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런 ‘정치 선수’가 기초적인 과정을 전부 건너 뛰고 일방통행한 사연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선수’는 위기 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균형재정 달성과 포퓰리즘에 대한 방어가 절실했다면 ‘선수’다운 일처리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게 국민생활과 직결되고 국가경제를 좌지우지 할 사안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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