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ar]넌 '럭셔리카' 타니? 난 '실용차' 탄다!

입력 2012-07-02 13:2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소형차 전성시대, 차체·배기량 줄여라 '다운사이징'…대형차 업체도 중소형 시장 가세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 역시 최근 소형차에 집중하고 있다. 젊은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이 다시 자사의 고급차 고객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모습으로 소형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BMW 120d.
1960년대말, 산업혁명 속에서 화려한 자동차가 봇물을 터트렸다. 자동차 회사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총성 없는 전쟁도 이어졌다.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더 크고 화려한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화려한 치장을 덧댄 이들은 ‘자동차=부(富)’를 상징하며 영역을 넓혔다.

이 무렵은 미국을 중심으로 배기량 8000cc와 차 길이 7m를 넘는 거대한 차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고래등처럼 뻗어나간 기다란 차체에 달랑 2명만 타는 컨버터블(지붕이 없는 차)도 즐비했다. 차 뒤쪽에 거침없이 날개를 달았고, 화려한 치장도 아끼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은 사람들의 허영심을 이용했고 커다란 차는 조금씩 영역을 넓혔다.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전성기 맞아=그러는 사이 소형차는 설자리가 없었다. 작고 못달리는 차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소형차의 첫 번째 전성기가 도래했다. 석유파동 탓이었다.

대형 승용차들이 철퇴는 맞은 건 1970년대 두 번에 걸친 석유파동 때였다. 석유수출국기구가 원유가격을 올리고 생산을 제한했다. 천정부지로 솟구친 기름값은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글로벌 자동차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미국은 급격한 혼란에 빠졌다. 공장이 멈추고 하늘 높은줄 몰랐던 기름값 탓에 길거리에 차들도 사라져갔다.

작은 차를 주로 만들던 일본 메이커가 이 상황을 놓칠 리 없었다. 일본은 비산유국이다. 게다가 국토의 대부분이 산간지역으로 이뤄져 있어 도심집중화 현상이 뚜렷했다. 결국 기름을 적게 먹고 비좁은 도심에 유리한 소형차 기술이 탁월했다.

일본차들은 서둘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작은 차를 생산해 팔았다. 도요타와 혼다가 북미시장에 빠르게 자리를 잡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름값이 비싸고 땅덩어리가 좁기는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산업화가 지속되면서 유럽 사람들은 도심에서 잘 달리고 편리한, 기름을 적게 먹는 소형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차 대전 당시 전쟁물자를 공급하던 자동차 회사들은 전후 판매가 막막해지자 인수와 합병을 반복했다. 판매를 높이기 위해 턱없이 비쌌던 가격을 낮춰야 했다. 이들이 소형차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렇듯 소형차의 근원지는 일본과 유럽 자동차 메이커다. 이들은 작은 배기량과 작은 차체를 앞세워 시장을 넓혀갔다. 이때부터 쌓아온 노하우는 고스란히 현재까지 이어진다.

한국차도 마찬가지다. 초기 산업 발달의 영향은 일본차였다. 최초의 고유모델인 현대차 포니 역시 디자인은 이태리, 파워트레인은 일본 미쓰비시의 것을 가져다 썼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중소형차 경쟁력을 갖춘 것도 이때부터 쌓아온 노하우 덕이다.

▲아우디 A1.
◇다운사이징 추세 속에 제2의 전성기=1980년대말 다시금 고급차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서 값싼 차로 여겨졌던 일본 메이커는 차체를 키우고 고급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도요타가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앞세웠고, 혼다는 어큐라, 닛산은 인피니티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소형차는 점진적을 시장에서 위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대상황이 급변하면서 다시금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경기상황에 따라 판매추이가 급변한다. 호황일 때는 중형차를 비롯해 고급 대형차 판매가 급증한다. 거꾸로 불황이 닥치면 중소형차의 판매가 급증한다.

완성차 메이커 입장에서 소형차를 포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모든 완성차 메이커에게 소형차는 반드시 필요한 공격무기가 된 셈이다.

이러한 소형차 전쟁은 글로벌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소형차가 강한 경쟁무기로 떠오른 것은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깔려있다.

첫째 중국과 인도, 브라질과 남미 등 신흥국가의 자동차 수요는 중소형차에 집중돼 있다. 완성차 메이커로서는 뚜렷한 블루오션에 투입할 신무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형차가 존재한다.

둘째 고급차 메이커 역시 소형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껏 커다란 고급 대형차를 만들어왔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작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소형차를 시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부와 성공을 상징했던 벤츠는 크고 화려한 고급차에 치중했다. 그러나 이들이 소형차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뚜렷했다. 젊은층을 벤츠 고객으로 끌어들여 이들이 향후 자사의 고급차 고객으로 이어지도록 한 전략이다.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BMW가 소형차 1시리즈를 내세우고, 아우디가 A1를 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적인 아메리카 럭셔리를 앞세웠던 캐딜락 역시 작은 차체의 중형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유다.

셋째 친환경 트렌드의 확대다. 친환경은 단순히 배기가스를 줄이자는 목적을 넘어선다. ‘친환경=높은 연료효율’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작은 배기량 모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결국 ‘다운 사이징’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차체는 조금씩 커지지만 엔진 배기량은 낮추는 경향이다. 배기량이 낮아졌지만 엔진기술 발달로 최고출력은 이전보다 향상됐다.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를 더해 더 큰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지만 출력은 최소 동등 수준을 확보한다. 연비는 당연히 좋아져야 한다. 요즘 신차는 연비를 높이면서 출력도 함께 끌어올린다.

결국 자동차의 소형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화와 친환경은 이제 자동차 회사에게 숙명으로 여겨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1가구 2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컨드카 시장 역시 소형차가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 내정
  • [날씨] "출근길 우산 챙기세요" 수도권 천둥·번개 물폭탄…무더위는 계속
  • 맥북 던진 세종대왕?…‘AI 헛소리’ 잡는 이통3사
  • [기회의 땅 아! 프리카] 불꽃튀는 선점 전쟁…G2 이어 글로벌사우스도 참전
  • 국산 신약 37개…‘블록버스터’ 달성은 언제쯤? [목마른 K블록버스터]
  • “이마트 ‘노브랜드’ 발품 팔아 찾은 가성비...해외서도 통했죠”[단독 인터뷰]
  • ‘평생 트라우마’ 학교폭력, 더 심해지고 다양해졌다 [학교는, 지금 ①]
  • 오늘의 상승종목

  • 07.08 09:38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9,469,000
    • -3.72%
    • 이더리움
    • 4,177,000
    • -3.93%
    • 비트코인 캐시
    • 439,400
    • -9.12%
    • 리플
    • 594
    • -6.75%
    • 솔라나
    • 188,100
    • -6.88%
    • 에이다
    • 489
    • -6.86%
    • 이오스
    • 694
    • -6.34%
    • 트론
    • 178
    • -4.3%
    • 스텔라루멘
    • 119
    • -7.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49,150
    • -7.26%
    • 체인링크
    • 17,520
    • -6.31%
    • 샌드박스
    • 403
    • -6.7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