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부자들]무역업체 임원에서 농장주가 된 성한모씨

입력 2012-06-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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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모씨는 몇 해 전부터 고향인 남원에서 나무사업을 하고 있다. 성한모씨는 젊었을 땐 성공의 꿈을 쫓아 미국 시카고에서 이국생활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무역유통 회사에서 10여 년동안 근무 했다. 그는 늘 자신의 선택과 삶에 대해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 들어 국제경기가 나빠지자 회사의 사정도 나빠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한모씨는 50대 말에 상무직을 끝으로 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충분히 일할 나이이기 때문에 퇴직이 억울했다. 하지만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성한모씨는 머리도 식히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기 위해 고향인 남원에 잠시 내려와 쉬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 쉬는 동안 성한모씨는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이 날 지경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일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쉰다는 것이 익숙지 않았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던 차에 성한모씨의 이야기를 들은 먼 친척이 자신의 일을 얼마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친척은 나무를 운송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성한모씨는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따라 나섰다. 친척은 일이 힘에 부칠지도 모르니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성한모씨는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던터라 나무 운송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일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나무를 운송하는 일을 도와주면서 나무에 대한 매력을 느꼈지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무농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무사업을 하게 됐지요.”

성한모씨는 퇴직금의 일부인 1,500만원으로 나무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그동안 안면을 익힌 농장주들에게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고 노하우를 배워나갔다. 몸으로 익히는 것이 가장 오래남는다는 것을 삶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자신이 꿈꾸고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성한모씨의 나무사업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예상외의 순조로운 출발로 기대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생소한 나무사업의 경험부족으로 몇 배의 손실을 입었다. 거의 파산직전에 이르렀다. 그만두라는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은 사업이기 때문에 미련이 많이 남았다. 결국 지인에게 돈을 빌려 이를 악물고 다시 나무사업을 시작했다. 한 번의 실패가 바탕이 되어 성한모씨는 이제 호남지역에서는 알아주는 나무사업가가 되었다.

성한모씨가 남원에서 나무사업을 한 것은 남원이 나무농사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형상 너무 남쪽도 그렇다고 북쪽도 아니어서 다양한 수종 재배가 가능하고 다른 곳으로 이식을 해도 나무들이 잘 살아나기 때문이다. 너무 고운 흙은 오히려 나무 재배에 좋지 않다고 한다. 어느 정도 자갈이 섞여 있어야 뿌리가 튼튼하게 자라고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남원의 토질 또한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어 나무식재에는 안성맞춤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성한모씨는 6개월 단위 또는 1년 단위로 묘목을 식재한다. 자기 밭에 묘목을 심기도 하지만 저가로 땅을 임대해 나무를 심는다. 그가 가지고 있는 나무 수종은 총 1만5000그루 정도다. 그리고 2,000평, 2,500평, 500평, 700평 등 나무를 심은 농장도 여러개다. 벚나무, 산딸나무, 산수유, 단풍나무, 이팝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중 벚나무만 9,000주를 가지고 있다.

임대한 밭 중에는 1,000평 정도 크기인데 연간 임대료가 70만원에 불과한 땅도 있었다. 이곳에는 단풍나무와 목련, 느티나무를 심었다.

“여기에 있는 나무들 대부분은 묘목당 1만 원 정도에 구매를 한 것입니다. 3년 정도 지난 지금 5점 정도가 되니 8만~9만 원대에 팔 수 있습니다. 인건비와 비료 등을 제하고 그루당 6만 원정도 수익을 거둔 셈이지요.”

성한모씨는 우연히 나무를 옮겨다주는 운송 일을 도와준 계기로 퇴직 후의 암울한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나무농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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