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10년주기 경제위기 해법은

입력 2012-06-14 09:44 수정 2012-06-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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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SK텔레콤 고문

우리 경제의 지난 성장 궤적을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위기가 그것이다.

70년대 후반에는 오일쇼크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1979년이다. 꿈에 그리던 100억 달러 수출과 1000 달러 소득을 자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 유가가 3배 가량 뛰었으니 그 어려움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때 유가를 한꺼번에 50%를 올리며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라고 얘기하던 경제 부총리의 담화가 기억난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10.26이라는 정변이 일어나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결국 그 이듬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위기는 귀결됐다.

80년대 후반에는 과격한 노사 분규가 우리 경제를 덮쳤다. 3저의 호황으로 유동성이 넘쳐 버블이 기승을 부렸다. 하루 아침에 집값이 두 배가 되고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하는 가장이 속출했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충만했던 국가적 자신감은 불과 100일도 되지 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거기다 5공 청산과 민주화의 후폭풍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어 정국은 펄펄 끓는 가마솥과 같았다.

1998년에는 외환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그전 까지는 잘 나갔다. 원화의 가치가 높아져 해외에서 아무리 소비를 해도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수입이 자유화되고 해외여행이 보편화 됐다. 위기 직전에는 선진국들의 클럽이라는 OECD까지 가입했다. 선진국이 된 양 으스댔다.

그러나 흥청망청 달러를 써 대는 데 곳간이 비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도끼자루가 썩는 것을 모르고 신선노름을 즐긴 건 우리 뿐이었다. 경제위기는 실정으로 어우러진 문민정부의 레임덕과 겹쳤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가 서울에 와서 정부를 못 믿겠다며 구제 금융을 받으려면 여.야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보증하라고 까지 요구했다. 경제 주권이 국제사회로 넘어가 금리에서 환율까지, 국내의 산업정책까지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2008년에는 리먼 쇼크가 우리 경제를 강타했다. 초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10년 전 외환위기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10년 전 그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는 기업들은 위기극복 시나리오를 발동했고 정부는 비상경제 대책반을 운영하며 일일 상황을 챙겼다. 이 때는 경제가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국민적 합의로 경제위기가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매 10년의 후반기에 위기가 닥쳤다면 매 10년의 전반기는 대체로 고도성장을 시현해 낸 것도 공통점이다. 다른 나라보다 위기 시에는 경제성장률 하락 폭이 더 컸으나 상승 시에는 하락 폭을 훨씬 상회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결국 10년 주기의 초기 6~7년 덕에 우리 경제는 성장했고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승과 하락의 골이 깊으면서 우리 경제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양 요동쳤다. 경제 위기가 거의 예외 없이 정치 위기와 겹친 점도 국민의 불안심리를 확산시킨 또 다른 요인이었다. 경제는 성장해도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는 것은 이런 성장사의 이면을 분석하면 머리가 끄덕여진다.

우리나라가 곧 20.50 클럽에 가입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충족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되는데 세계에서 7번째라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반면 OECD 국가별 행복지수에서는 34개국 중 26위(2012), 미국 미시간 대학 산출 행복지수에서는 49위(2004), 영국 신경제 재단의 국가별 행복지수는 68위(2009).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내년에 출범하는 정부는 2018년에 임기를 마감한다. 경제위기가 거의 예외 없이 발생했던 10년 주기의 후반기이다. 지금의 포퓰리즘 기조가 그때까지 가면 복지거품이 터질 시점이다.

그럼에도 5년 동안 정치권은 너도나도 장밋빛 환상을 그려 줄 것이다. 지금의 캘리포니아와 스페인을 보면 안다. 거기다 종북논쟁이라는 새로운 이슈가 터졌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혼란이라는 요소까지 가미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이럴 땐 어떡하나, 내 분석과 예측이 틀리기 만을 바라고 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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