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금호석유화학 부활 이끄는 박찬구 회장 "‘경영 정상화·계열 분리’ 두 토끼 다 보인다

입력 2012-06-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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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최대 실적·신용등급 상향…이르면 올해 안 자율협약 조기졸업

“나 금호석유화학 주주인데, 자리 없어도 되니 좀 들어갑시다.”

지난 3월 서울YWCA 회관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의 정기 주주총회. 주총장 밖엔 많은 주주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주주들이 참여해 주총장 좌석이 모자랐다. 시쳇말로 요새 ‘잘 나가는’ 금호석화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휘청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달리 금호석화는 완전히 부활한 모습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이 같은 금호석화의 부활을 ‘박찬구 효과’로 부른다.

석유화학사업 전문가인 그 만이 할 수 있는 공격적인 투자, 선택과 집중이 빛을 발한 경영능력 등이 그대로 회사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근엔 신용등급이 ‘A-’로 상향조정됐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이행 중인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석화의 경영정상화가 이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박 회장의 금호석화 경영정상화 계획이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분리 등 많은 외부 장애물들이 하나 둘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세계 1위 화학기업의 꿈’을 향해 새로운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찬구의 힘’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영정상화 ‘청신호’= 분리경영 3년차에 접어든 박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금호석화의 경영정상화였다. 금호석화는 2010년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지난해부터 금호석화의 조기 자율협약 졸업이 언급됐다. 금호석화의 실적이 최근 2년 동안 수직상승하고 있어서다.

금호석화의 매출 규모는 2010년 4조9570억원, 2011년 6조4574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011년 8422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에 한층 다가갔다.

이 같은 실적 호조는 박 회장의 신중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 결정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박 회장은 2010년 분리경영 시작과 함께 그동안 미뤄왔던 시설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적인 것이 ‘여수 제2 고무공장’ 건설이다.

지난해 2월 준공된 금호석화의 세 번째 합성고무공장인 여수 제2 고무공장은 2008년 착공했으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3년 간 다섯 차례의 프로젝트 중단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직접 채권단에게 경제성을 입증 받아 최종적으로 공장 준공을 진두지휘했다.

박 회장에게 여수 제2고무공장은 금호석화 ‘경영정상화의 상징’과도 같다. 자체 실험과 혁신으로 기존 공장 대비 140% 향상된 생산성을 확보, 연간 4000억원을 추가 매출을 창출했고 준공하자마자 가동률 100%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 회장은 특히 주력인 합성고무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합성고무 시황은 특별히 나빴던 적이 없고, 불황이 와도 비교적 단기간에 끝나기 때문이다. 또한 한 업종에서 세계 1위를 하고자하는 박 회장의 강한 의지도 담겨있다. 금호석화의 합성고무 생산능력은 연간 102만톤(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위다.

금호석화가 지난해 여수 제2고무공장 준공 이후 두 달 만에 고부가가치 제품인 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 공장 증설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말 증설이 마무리되면 금호석화의 SSBR 생산능력은 총 8만4000톤으로 기존에 비해 3배 이상 늘게 된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초엔 중국 충칭시의 불용성유황 공장이 준공돼 시생산 중이고, 최근엔 필리핀에서 현지기업과 부타디엔 생산공장을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신용평가원으로부터 역대 최고 신용등급인 ‘A-’을 받았다. 자율협약 이행 2년 만이다. 합성고무 사업의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라 제고된 영업실적 및 수익성, 실질적 계열분리를 통한 양호한 사업기반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서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가 결실을 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선 금호석화가 연내 자율협약 이행을 졸업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자율협약 졸업 조건인 경영실적 2년 성과, 신용등급 상향, 부채비율 200% 이하 달성에 한층 다가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부분에 있어선 비교적 조심스럽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건 충족이 다소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자율협약 조기 졸업은)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지난 4월 은평천사원에 위치한 (주)달항아리를 방문해 장애인들이 만든 도자기에 기념 휘호를 그려넣고 있다.
◇‘스킨십 경영’으로 기업가치 어필= 금호석화는 분리경영 이전 비교적 보수적인 기업에 속했다. 유화업체 특성상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여러 위기를 겪은 후 달라진 게 있다. 바로 박 회장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박 회장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전과 달리 스스로 잠재고객, 파트너, 시장 등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엔 IR팀을 신설하고, 올해는 홍보팀을 신설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박 회장이 지난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같은 해 4월 검찰 압수수색 당일에도 주식을 매입하며 스스로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에 어필했다. 물론 경영권 강화 차원도 있지만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 크다는 게 금호석화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은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IISRP) 협회장에 올라 대외적인 행보도 늘렸다. 지난해 4월 박 회장이 주재한 서울 총회엔 시노펙, 굿이어, 페트로차이나,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참석했다. 금호석화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한국을 소개하는 민간 외교단의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지난해 3월에는 필리핀 3대기업인 JG서밋그룹, 중국 시노켐을 직접 방문하며 파트너십을 다졌다. 같은 해 9월에도 미국 아이오와 주지사와 새로운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계열분리 막바지… “서로 제 갈길 가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분리는 박 회장의 또 다른 숙제 중 하나다. 박 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형제지만 경영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박 회장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반면 박삼구 회장은 규모 큰 M&A를 주로 추진하며 외형 키우기에 주력했다. 때문에 박 회장에게 있어 계열분리는 그룹과 금호석화가 모두가 잘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금호석화는 아직까지 법적으로 그룹에 묶여 있는 상태여서 여신 연장이나 자금 조달, 금리 대우 등에 있어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금호석화는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지난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최근 박삼구 회장 측이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하고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계열분리 불가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계열분리를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이와 함께 물리적으로도 계열분리를 추진한다. 오는 9월 금호아시아나사옥에서 나와 본사를 수표동 시그니쳐타워로 이전하는 것. 4년 만에 ‘한 지붕 두 가족’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다.

다만 박 회장은 금호석화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13.7%)의 향후 용도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박 회장은 지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매각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 채권단과 상의해봐야 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는 이제 사실상 금호석화그룹으로 실질적인 지주사 체제로 변모했다”며 “그동안 형들에 가려져 비교적 조용했던 박찬구 회장이 경영정상화 이후 한 그룹을 이끄는 오너로서 어떤 경영 스타일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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