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증시 좌충우돌]애널리스트 무용론

입력 2012-06-07 09:52 수정 2012-06-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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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증권부 팀장

최근 국내증시가 다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애널리스트 무용론의 목소리가 높다. 매번 제기되는 문제지만 더 이상 애널리스트 무용론을 방치하기에는 증권사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얼마 전 지방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장을 만났을 때 그는 리서치센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서 나온 리포트를 이젠 자신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지점에 방문한 개인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기 민망할 정도”라며 “자신은 한 번도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믿고 투자를 권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지수전망을 근거로 펀드를 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들도 애널리스트들의 뒷북 리포트에 대한 불만이 많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 취득과 분석능력이 취약하다. 정보 비대칭으로 외국인과 기관을 상대로 주식시장에서 경쟁하기에는 불리하기 때문에 그 간극을 애널리스트들이 메워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뒷북 리포트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신뢰 상실만 주고 있다.

한 증권정보업체가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SK텔레콤 등 주요 기업의 애널리스트 목표주가와 주간평균 수정주가를 한 차트에 비교한 결과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이 뒷북 리포트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가 실제 오르기 시작하면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고, 주가가 내려가면 그때서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요 기업의 비교 차트가 쌍둥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뒷북 목표주가 패턴이 거의 똑같게 나왔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인데다 영업전선에 내몰리고 있는 풍토 때문에 말 못할 고충이 많다고 항변한다. 최근 증권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으면서 애널리스트들도 자산운용사나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기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지냈던 증권업계 한 임원은 “부정적 견해를 표출했을 때 회사에서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독립적 의견을 내기에는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리포트 비중도 개인보다는 자산운용사나 기업 입장을 고려해 낼 수밖에 없어 영업일선에서 항의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예 리포트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침묵이나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리포트를 낸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증권사들이 실적을 위해 개인들을 외면하고 애널리스트들에게 눈치를 주는 것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시장에 신뢰를 잃게 되면 결국 그 부메랑은 증권사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질 경우 자칫 증권시장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이제라도 증권사들과 애널리스트들이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이 잘못된 악순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눈앞에 놓인 실적에만 급급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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