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턴사원에 빚 강요하는 증권사

입력 2012-06-05 10:50 수정 2012-06-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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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현 증권부 기자

A증권사의 인턴관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영업 경험도 전문적 지식도 없는 인턴사원에게 2주간의 짧은 교육만 이수시킨 뒤 곧바로 영업점에 투입해 실적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성적 우수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인턴들은 지인들의 돈을 끌어모았다. 자신의 차를 팔고, 가족의 결혼자금까지 손을 댔다. 그 결과 60명의 인턴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대부분이 사원들이 빚더미에 앉게됐다.

그런데 이 증권사는 수년전부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적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잠재능력을 지닌 인력을 조기발굴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단 포석이다.

앞에서는 전문 인재양성에 앞장서고 뒤에서는 그들에게 무리한 실적을 강요하며 영업의 끝자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실전 교육에 강사로 나선 한 영업점 직원은 인턴들에게 단기 투자지표인 30일 이동평균선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중장기 지표인 60일선, 120선을 기준으로 삼는 일반적 교육과는 대조적이다. 단기성과를 지향하는 실적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회사로서는 인건비도 절약하고 실적도 좋아지니 손해볼일이 없다. 기업에게 절대 '을(乙)'인 인턴들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뿐이다.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인턴제도를 악용하는 A증권사의 행실은 도덕적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한 그들에게 빚부터 쥐어주는 것 역시 질타받아야 할 일이다.

‘돈’을 다루는 증권업은 그 어느 산업보다 투명성과 도덕성이 우선시돼야 한다. 기업철학은 오너의 인식과 직원들의 소양에서 비롯된다. 수십년 넘게 한국 증권업의 정통성을 지켜온 A증권사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글로벌 IB(투자은행)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때,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란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금융투자업계는 A증권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인재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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