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꽃뱀’이야기

입력 2012-05-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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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구현 한류연구소장

‘꽃뱀’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이다. 꽃뱀이 영어로는 ‘Gold Digger’(1.금 캐는 사람, 2.남자에게서 돈을 우려내려는 여자)인데, 그 어원은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골드러시가 일었을 당시 돈벼락을 맞은 광부들에게 자신의 미모와 섹스를 무기로 금을 빼낸 여성들에게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도 꽃뱀의 규모나 종류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다. 꽃뱀조직은 단독형, 미성년자 친구들과 함께 하는 품앗이형, 아내가 총대를 메고 남편과 가족들이 적극 참여하는 가족기업형, 가족을 포함한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기업형 등이 있다.

이들 꽃뱀들은 한정식, 일식당, 나이트클럽, 레스토랑, 골프장, 기원, 온라인 동문회, 채팅방, 친구의 소개, 오랜만에 만난 동창 등 다양한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킬러 꽃뱀’ 사건은 경악할 만하다. 결혼을 빙자로 남성 20명에게서 12억을 갈취하고, 최소 3명의 애인을 살해한 희대의 사건 장본인이 몸무게100kg의 못생긴 얼굴을 가진 여자로 밝혀져 일본 열도를 충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꽃뱀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는데 이 경우 많은 남성들이 역설적으로 ‘이런 못생긴 뚱녀가 설마 꽃뱀이겠어’라는 안도의 마음에 허를 찔린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한 연구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남자들을 유혹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실 속의 중년남성들은 대개 정에 목말라 하고, 외로움에 끊임없이 ‘로맨스’를 꿈꾼다. 소심한 중년남자들이 아주 쉽게 마음을 내주고 경계를 푸는 것이 바로 주위의 쉽게 만나는 생활 속의 여자들이다.

전문 꽃뱀과는 달리 팜므파탈(femme fatale)도 아니고 젊고 예쁘지도 않은 직장비서, 승진을 기다리는 직원, 기획부동산, 전화대출직원, 보험설계사, 거래처 직원, 단골 식당 사장, 학점에 목마른 학생 등 일상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여자들이다.

단 어떠한 형태라도 여성이 을(乙)의 입장으로 금전적, 비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에 이들과의 식사나 술자리, 가벼운 스킨십, 드라이브와 같은 사적 만남과 전화, 채팅, 카톡, 페북 등을 통한 사적 대화는 뇌물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생활 속의 꽃뱀’이 금전적인 동기 외에 남자를 성추행으로 모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복수이다. 여자가 복수를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55.9%)가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했을 때’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복수가 바로 성추행·성폭행범으로 모는 것이고, 합의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 속의 꽃뱀’들이 경제적 이득, 승진, 학점, 계약성사, 특혜 등을 받기 위해 순진한 남자들을 성추행범으로 몰고 쉽게 목적을 달성한다면 그것 또한 정의사회는 아닐 것이다.

로맨스에 대한 중년남성의 헛된 꿈은 평범한 여성을 꽃뱀으로 만들고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일종의 독소와도 같다. 전문 꽃뱀이나 아마추어인 ‘생활 속의 꽃뱀’에게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오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세상에는 공짜점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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