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먼저 깃발을 꽂지 말라?

입력 2012-05-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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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미국의 비즈니스업계에는 ‘먼저 깃발을 꽂지 말라’는 격언이 내려온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에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리스크가 수반돼야 하고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다.

오히려 깃발 꽂은 업체의 뒤를 따라가라고 한다. 선발업체가 겪은 시행착오를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그만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 빠르고 광범위한 전파력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의 위력은 오직 선발업체에만 성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위 ‘미투(me too)’ 기업들이 설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국내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탓이라고는 하지만 업황 불황에 따른 유동성 경색은 일부 기업 뿐이다. 정작 어려운 곳은 미래 성장산업을 개척한다며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다.

태양광 산업은 진출 기업 대부분을 유동성 위기라는 블랙홀로 빨아들인 대표적 사례다. 태양광 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외국의 선두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태양광 산업 만이 아니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뒤늦게 올라타는 우리 기업의 특징은 최근에도 여전하다.

올 연말로 예정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동부, 동양, 포스코, STX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참여를 선언했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진출을 선언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모두에게 미래 성장산업이 될 수는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 무슨 사업으로 잘 된다 하면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며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모두에게 매력적인 사업은 결코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히려 미래 성장산업이라며 여겼던 막대한 투자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족쇄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수년 전 기업들이 블루오션 열풍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구호만 요란했을 뿐 어느 기업 하나 블루오션으로 항해해 나가지는 못했다. 누구도 미래 먹거리를 찾아 먼저 깃발을 꽂지 못했던 것이다.

블루오션 열풍이 시들해진 지금 기업의 투자는 다시 경쟁 기업의 성공을 뒤쫓아 가고 있다. 과거 ‘미투(me too)’ 기업으로 성공했던 추억에 사로잡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경쟁 기업의 몫을 가로채거나 반분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들 기업이 핵심자산까지 매각해 투자한다고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할 수 있을 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오늘날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먼저 깃발을 꽂지 않고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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