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울산의 이변, 딜레마에 빠진 ‘문재인’

입력 2012-05-21 10:25 수정 2012-05-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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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0일 일요일부터 민주통합당 당권을 향한 순회 경선이 시작됐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바로 울산 지역 순회 경선이 그 이변의 중심이다.

애초에 비노(非盧)주자들은 순회경선 직후에 득표 결과를 발표하는 시스템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처음 순회경선이 실시되는 지역인 울산과 부산지역은 친노(親盧)들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이기 때문에 초반에 아예 친노의 대표 격인 이해찬 대세론이 굳어질 것을 염려했다. 지난 목요일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생중계한 민주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 사회를 봤던 내 입장에서도 이런 비노 주자들의 걱정이 기우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알 수 없었겠지만 방송 시작 전 각 후보들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던 내 입장에선 이해찬 후보는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고 다른 후보들은 그야말로 추격에 급급한 인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울산 지역에 전혀 연고가 없는 김한길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했고 이해찬 후보는 4위를 했다. 더구나 친노의 수장 중의 한 명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직접 투표현장을 방문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친노의 대표주자 이해찬 후보가 패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이변이 연출된 이유로 대략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친노가 주류로 부상하는 것에 대한 당내의 거부감이 상당 정도라는 것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친노에 대한 거부감에다 이-박(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연대설에 대한 당내의 거부감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이유에서 연유한 이변에 가장 상처를 입을 만한 인물은 바로 당내 주류로 등장한 친노의 수장인 문재인 고문이다. 당내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니 유력 대권주자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또한 문재인 고문은 과거 이-박 연대를 “단합”이라고 표현하며 나눠먹기 정치에 지지의사를 표명했었는데 이 마저 당원들에게 거부되니 정말 난감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21일 부산에서 순회 경선이 치러진다. 경선 결과는 오늘 밤 늦게 나올 것이라는 예상인데 이날 경선 결과와는 무관하게 친노의 아성에서 친노의 대표가 패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더욱이 22일 호남지역의 순회 경선이 시작되는데 여기서도 친노의 선전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 총선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친노들에게 호남은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DJ정권에서 한자리 했던 인물들은 모두 물먹은 반면 노무현 정권에서 장관 등을 수행한 사람은 대거 공천을 받았기 때문인데 이런 기억을 가진 호남 지역 대의원들이 친노 후보인 이해찬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민주당의 당권 경쟁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고문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에서 이해찬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즉 만일 울산에서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선출되면 결국 예측대로 나눠먹는다는 비난을 받아야 할 판이고 반대로 이해찬 후보가 패배한다면 당내에서의 친노에 대한 반감이 증명되는 셈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선 경선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해찬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도적 입장을 가진 김한길 후보의 선전은 친노들의 선명성 주장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나꼼수에 출연하는 등 나름 선명성을 강조하던 문재인 고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역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민주당내 다른 대권주자들은 약진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고 결국 따지고 보면 이런 상황은 민주당 대선구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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