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막장 저축銀’ 금융당국 책임져야

입력 2012-05-16 10:12 수정 2012-05-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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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금융부장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진승현·정현준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었던 신용금고(現 저축은행)에서 2300억원을 불법대출 받아 주가조작을 하고 당시 실세들에게 조직적인 로비를 펼치다 적발됐다. 이른바 진승현·정현준 게이트다.

금감원은 문제가 됐던 신용금고를 영업정지 시키고 금융감독 조직 개편을 위해 TF(타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이 와중에 금감원 신용금고 담당 국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국민들 뇌리 속에 신용금고는 비리의 온상으로 자리 잡았다. 고객이 외면하다 보니 경영도 어려워졌다. 그러자 정부는 게이트가 터진 지 1년도 채 안 돼 신용금고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꾸는 몸 세탁을 단행했다.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예금보장 한도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렸다. 저축은행 대표들은 버젓이 ‘00은행장’ 이란 명함을 갖고 다녔다.

내용은 변한 게 없이 포장만 싹 바꿨더니 금리를 쫒아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몸집이 커진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같은 위험자산을 늘리면서 공격 경영을 펼쳐 나갔다.

반복되는 저축은행 비리에 허탈

이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2011년 상, 하반기 두 차례의 걸쳐 15곳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1차 구조조정이 있었던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금감원을 방문해, 간부 직원들을 질책했다.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금감원을 방문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의 질책이 있자 금감원은 또 TF팀을 만들고 감독업무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분위기로 봐서는 저축은행 문제가 발본색원(拔本塞源)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 5월 또 4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당했다.

3차례 구조조정에 투입된 돈은 무려 20조원이 넘는다. 이 돈은 대부분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의 빚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들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반복되는 저축은행 사태를 보며 화가 나는 건 변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행태 때문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토록 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막장 드라마’ 가 펼쳐지면 금감원 전·현직 간부들이 여지없이 등장한다. 선·후배들이‘막장 경영’에 대해 함구하거나 비호하고 있으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감사나 사외이사가 제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쏟아져 나오는 비리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감원은 법이나 규정을 내세워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있을 수 도 있다고 항변하지만 그건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뒷북 대책도 감독당국의 단골메뉴다. 이번에도 저축은행 명칭을 상호신용금고로 복귀시키고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 등 일련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왠지 공허하다. 국민들은 금감원이 발표한 대책에 대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진정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막장 경영’에 대해 눈을 감고 있었던 선·후배들에게 화살을 겨눠야 한다.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더라도 저축은행을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진정성이 안 보이는 금감원 사후대책

더 나아가 권혁세 금감원장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권 원장은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을 마친 소회를 밝히면서 “금감원의 상황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시시포스의 돌을 연상 시킨다”고 말했다. 예금자 피해를 줄이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 대한 ‘비판의 화살’ 이 날아오는데 대한 하소연이다.

권 원장의 하소연이 일면 이해는 간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도 보이고 더군다나 저축은행이 곪아 터진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도 없다. 정책실패니, 감독실패니 말이 많지만 상당부분은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 수장으로서 한 알의 밀알이 되는 심정으로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은 지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과거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이고 미래에 대해 경고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금감원의 위상이 달라지고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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