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몰상식한 통합진보당의 화풀이 정치

입력 2012-05-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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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놓고 연일 시끄럽다.

좌파세력의 고질적 병폐, 당내 권력다툼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명백한 부정이 드러났는데도 ‘부실선거’라는 점만 인정하고 ‘부정선거’라는 데 대해선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태는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언론으로부터 연일 얻어맞은 게 억울했는지 통진당 당직자들의 행태는 언론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했다.

기자는 지난 9일 19대 국회 정책을 다루는 기사를 쓰기위해 통진당 관계자를 취재 했는데, 이 관계자는 “알아서 멘트를 지어 써 달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다시 당 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니 이번에는 앞뒤 다 자르고 다짜고짜 “전화 잘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기사를 내려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부대변인은 영문을 몰라 당황한 기자에게 “오늘 아침 서면 브리핑이 나간 것은 내가 당 내 쉴드(감싸주는 행위)치려고 쓴 내부용이다. 언론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니 당장 기사를 내려라”고 재차 소리를 질렀다.

내용인 즉, 이날 자 한 조간신문에 통진당 비례대표 상당수가 북한원정 출산이나 간첩단 연루 의혹 등 수상한 전력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통진당이 이를 반박하는 브리핑 자료를 언론에 냈고 이것이 기사화됐는데, 내부용으로 작성한 것이 실수로 언론에 배포된 만큼 해당 기사를 내려 달라는 취지였다. 그 부대변인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직함도 생략한 채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계속해서 “기사를 내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그 기사는 성이 같은 다른 매체의 기자가 쓴 기사였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다시 부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하니 그제 서야 “요즘 비례대표 문제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다. 미안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말이 사과이지 말투는 건성 그 자체였다.

굳이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상식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을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당의 부대변인은 대변인과 함께 그 당의 ‘얼굴’이자 ‘목소리’다. 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당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사실 통진당의 언론 피해의식에 관한 지적은 매번 제기돼왔다. 얼마 전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낸 한 보수 성향 언론사에 대한 취재거부에 이어 소속 기자의 당사 출입도 금지시킨 바 있다.

보수언론에 대한 강한 적대감으로 비판에는 귀를 닫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진영논리가 통진당 사태를 이 지경까지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통진당은 혈세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심판과 검증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최선(最善)이 아니라 차악(次惡)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은 선천적으로 비판기능을 바탕으로 존립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통진당이 자당에 유리한 기사를 쓰는 기자와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를 분류해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의 정당이라면 자신들의 문제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정상이다.

이미 통진당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지만, 정당에 최소한의 예의와 인간미를 기대하는 건 무리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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