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변한다]"아이는 NO…둘만 있어 행복해요"

입력 2012-05-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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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딩크족

# 국내 대학병원 의사인 방 씨는 하루 업무시간이 평균 14시간 이상일 정도로 높은 노동 강도를 자랑한다. 방송사의 프로듀서로 근무하는 그의 아내 차 씨도 주, 야간 할 것 없이 촬영 일정이 생기면 어디든 출동해야 한다. 이러한 이들 부부에게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 결국 그들은 자녀에게 쏟아 부을 애정과 시간을 서로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한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KBS 드라마 ‘넝쿨째 들어온 당신’의 두 주인공 이야기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현실 속 ‘딩크족’들의 실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 씨와 윤 모씨 부부는 결혼한 지 6년이 됐지만 아이 낳을 생각이 없다. 이들 부부는 휴가철마다 함께 여행 다니는 것이 큰 낙이다.

김 씨는 “결혼을 늦게 했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어렵게 느껴진다”며 “자녀에게 쏟아부을 애정과 시간을 서로에게 투자하기로 결정해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박 씨와 전문직인 오모씨도 역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 이들 부부는 레포츠, 여행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다가 동호회를 통해 만났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가치관이 비슷해 결혼했다.

박 씨는 “아직까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아이를 통해 우리 부부의 생활이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또한 직업과 가족의 균형을 맞출 자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결혼이 늦어지고 맞벌이로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딩크족은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소득이 낮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핑크(PINK·Poor Income, No Kids)족’과는 대비를 이룬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가구 중 2인 가구 비율은 24.5%로 가장 많았다. 2005년까지만 해도 3~4인 가구가 대부분이었지만 불과 5년 만에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중 부부로 구성된 30대 가구는 지난해 34만7217가구로 5년 전(31만8364가구)보다 9% 늘었다.

이들은 경제적인 이유, 직업, 생활방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다.

딩크족의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시하는 가치관, 자아실현 욕구 등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집안에서 양육을 맡기보다는 사회활동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도 맡길 보육시설이 마땅치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국내 보육시설 중 가장 많은 비율은 민간 보육시설로 89.7%에 달한다.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5.3%,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직장 보육시설도 1.1%에 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 2010년 말 기준 직장 보육 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833곳 중 보육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255곳으로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가 500인 이상이거나 여성 근로자가 300인 이상이면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하지만 자체 어린이집이 있는 대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강제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보건복지부가 236개 기업에 어린이집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지확보의 어려움, 운영비 50% 지원 등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이다. 양육에 큰 비용을 지출하기 보다는 아이없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길 원하는 부부가 늘어난 것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 직장인 중, 미취학 자녀를 둔 직장인 166명을 대상으로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가계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58.4%의 응답자가 ‘부담이 된다(부담이 되는 편이다 39.7%, 상당한 부담이다 18.7%)’고 답했다. 상당수가 자녀 양육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자녀 1명을 양육하는데 소득의 28.8%인 123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만 22년간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총 양육비는 2억6204만원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이가 두명 있는 가정의 경우 평균 5억원 이상의 양육비가 지출되는 셈이다.

이상림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결혼이 늦어지고 저출산 문제가 이어지면서 딩크족들이 증가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며 “이들은 소득수준이 높은 가구가 많기 때문에 소비성향도 강하고 이전과는 다른 정치성향을 보이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는 이들이 공동체의식이 약하다는 것을 고려해 저출산 정책과 함께 커뮤니티 정책을 펴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도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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