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변한다]무자녀, 싱글맘·대디, 다문화, 독신공동체…가족·가정의 ‘재구성’

입력 2012-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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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가족을 이룬다는 ‘정상가족’의 모델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만혼과 이혼의 증가 등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탄생시키는 ‘신가족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어떤 여자가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오빠는 여자를 데리고 왔다. 오빠는 올케의 반대에도 딸까지 입양했지만 갑자기 죽고 말았고 결국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여자 셋이 함께 살게 된다. 새로운 가족 탄생의 순간이었다.

김태용 감독은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이러한 사연을 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지난 2006년 개봉한 ‘가족의 탄생’이다. 이 영화 속 7명의 주인공은 ‘혈연’이 아닌 ‘관계’를 통해 진정한 하나의 가족이 되며 혈연 그 이상의 먹먹한 감동을 보여준다. “스쳐지나가도 기댈수 있다면 가족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피를 나눈 가족’만이 가족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부순다. 혈연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인의 정서에 정면으로 맞서며 가족의 의미와 역할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사전적으로 ‘가족’이란 부부·부모·자녀·형제 등 혈연에 의하여 맺어지며 생활을 함께하는 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족의 의미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혈연이 가족의 당위가 되는 시대는 그 운명을 다하고, 인간관계가 돈독해지면 곧 가족이 되는 ‘신(新)가족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족의 출현…핵가족 더 쪼개져 = “우리도 어엿한 가족이랍니다. 삐딱한 시선을 거둬주세요.” 자녀랑만 사는 싱글맘과 싱글대디, 아이를 갖지 않는 무자녀 가족, 국적이 다른 이들이 부부로 만난 다문화 가족, 독신남·독신녀끼리 함께사는 新생활공동체 등.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신흥 가족들의 이유 있는 외침이다.

2012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가족을 이룬다는 정상가족의 모델은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 3대, 4대가 모여살던 대가족에서 4인 핵가족으로 이어져 온 가족형태의 패러다임은 1인 가구, 자녀 없는 부부, 한 부모와 미혼 자녀 등 핵가족에서 분화·변형된 1~2인 가족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면서 젊은 독신 가구가 늘고 있다. 이들은 혼자사는 1인 가정을 꾸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같은 독신남, 독신녀끼리 함께 살기도 한다. 독신가구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진학 혹은 취업을 위해 상경한 청소년 독신가구, 기러기 아빠로 통칭되는 홀로 사는 중년 남성, 고령화에 따른 독신 노인가구 등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기존의 가족형태만이 정답은 아니다. 가족경기불황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자녀를 일부러 갖지 않는 부부들도 등장했다. 또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한부모 가족이 급증하고, 동시에 재혼가족도 늘고 있다. 결혼해 우리나라로 이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을 꾸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가족 형태 변화 따른 정책 마련돼야= 이처럼 가족의 형태나 구조는 급변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이나 정부의 정책은 아직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피부양가족이 많은 가입자가 유리한 반면 지역가입자는 그렇지 못하다. 정부 정책들은 ‘부모+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득세 공제부터 임대주택 우선권까지 ‘비표준’ 가족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전통적 성역할과 세대간 부양의식의 약화, 가족규모의 축소 등으로 재생산·돌봄·교육 등의 가족의 기능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결혼의 연기 또는 포기, 이혼 등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가족의 형태 변화에 따라 개인 단위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가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복지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도 “기존의 가족 개념만을 고수해서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며 “충분한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에 따른 부모와 자식간, 세대간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가정의 달’ 5월이다. 우리 부모, 내 자녀만을 챙기는 가정의 달이 아닌, 달라진 사회변화에 따른 우리사회의 다양한 가족, 나아가 결손가정, 이주노동자 가정 등 소외된 가정까지 포용력 있게 보듬을 수 있는 의식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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