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으로 산다는 것]빅이슈 판매원이 되면…

입력 2012-05-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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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고시원비 지원…떳떳한 사회구성원 자부심

“일할 곳이 있다는 것. 희망이 생겼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생활할 수 있고 떳떳하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빅판 정권모(37·남)씨는 이제 3개월째 접어든 신참 빅판이다. 아침 7시부터 10시, 오후 4시부 18시까지 빅판 고정 판매시간인 하루 6시간 동안 이곳에서 잡지를 판매한다. 힘들기도 하지만 일할 곳이 생겼다는 것, 희망이 생겼다는 것이 무척 좋다며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잡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정씨는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여동생과 함께 보호시설에서 자랐다. 고교 졸업 후 취직을 하기 위해 시설을 나왔고 여동생과도 연락이 끊겼다. 그는 “시설을 나와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그 후 길거리에서 7년간 홈리스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찾은 곳이 빅이슈였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정씨는 “처음 빅이슈를 찾았을 때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는 의심이 들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빅이슈가 홈리스들의 자활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는 것을 느끼게 돼 한번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빅이슈는 빅판을 희망해 찾아온 홈리스들에게 빅이슈 10권을 무료로 제공하고 한 달 고시원비를 지원해준다. 빅판은 배정받은 거리에 나가 사람들에게 잡지를 팔면 된다. 정가 3000원짜리 빅이슈 한 권을 팔 때마다 1600원 이익을 취할 수 있는데 이 돈을 모아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씨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고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얻을 수 있다”며 “빅판 중에 임대주택을 얻은 사람이 20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 판매비를 모아 임대주택을 얻는 게 최종 목표다”고 말했다.

빅판을 시작한 후 정씨에게 찾아온 희망은 또 있다. 바로 헤어졌던 여동생을 찾게 된 것.

그는 “빅판을 하면서 트위터를 하게 됐고 여동생이 트위터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며 “임대주택을 얻게 되면 그곳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씨는 또 “노숙인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아직도 좋지 않고 빅판을 노숙인으로 보는 시선도 많아 아쉽다”며 “우리부터가 먼저 바뀌어야겠지만 빅이슈 같은 사회적 기업이 많이 생긴다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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