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발목잡힌 금융시장]"규제 푼다고 하더니…‘금융 전봇대’더 늘었다

입력 2012-05-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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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증권 전문가 50명 설문…"나아졌다" 4명 "더 퇴보했다" 15명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친기업 정책을 앞세워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오히려 금융권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는 금융위기 전보다 더 후퇴한 것으로 조사돼 실효성 없는 규제개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시절 가장 대표적인 개혁 의지를 나타낸 ‘대불공단 전봇대’ 사건은 불합리한 규제철폐의 상징이 돼 왔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하고 싶도록 여건을 마들어 줘야 한다”며 대불공단 전봇대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대불공단 입주업체들은 공단 옆 교랑에 위치한 전봇대 때문에 대형트럭이 커브를 틀기 힘들어 이에 대한 민원을 5년 동안 제기했지만 관할문제로 옮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적이 있자마자 당시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련, 산업단지공단이 5시간 만에 이전해 관료들의 탁성행정에 일침을 놓은 사건이다.

규제 개혁의 대명사로 불렸던 이명박 정부의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개혁 현 성적표는 어떨까?

이투데이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 금융전문가 50명에게 금융권 성장에 저해하는 규제정책 실태조사를 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체감도 조사에 응답자 중 54%(27명)가 제자리라고 답변했다. 금융위기 전 보다 규제가 더 심해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30%(15명)나 돼 현 정부의 규제 개혁이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개혁이 금융위기 전보다 진보했다는 대답은 8%(4명)에 불과했다. 무응답은 8%(4명)다.

지난 4월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부부서장들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체감도 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규제개혁 체감도는 96.5로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9년 110.5를 하회했다. 규제개혁 체감도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 시 정부의 규제개혁에 만족하는 수치가 높은 것을 나타내고 100미만이면 불만족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자금조달 부분의 체감도가 93.9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같은 신규 규제제도 도입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미처리로 인해 불만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규제경쟁력 순위도 2009년 90위에서 지난해 117위를 기록해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금융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초기 규제개혁 의지가 공무원들의 탁상행정과 국회의 규제개혁 입법 미처리로 인해 오히려 금융권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금융위기 이후 실패한 규제정책에 대해 가장 많이 답변을 한 것은 금리정책 실패와 무분별한 증권 라이센스 남발로 인한 경쟁력 없는 소형증권사 급증을 대답한 전문가들이 가장 많았다. 이 밖에 펀드시장 규제, 파생상품 규제, 적절한 정책부재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금융(자본)시장 발전을 가로 막는 규제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항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금융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예대율 규제와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이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현재 우리금융지주 매각안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지주회사법이라던가 금산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해 전문가 중 36%가 현재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아 가장 많은 대답을 했다.

예대율 규제와 관련해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하면 예대율 100%가 넘기 때문에 중복규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처럼 해외 영업비중이 극히 작고 은행의 자기자본투자도 별로 없는 나라에서 은행채에 대한 규제는 필요 없는 것이서 불필요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은 국민들의 주택 보유 기간이 짧은데다 장기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효성이 없는 탁상행정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5년 이상 국채 시장형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10년~30년의 장기간 고정금리대출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를 총량면에서 무조건 통제하는 것은 풍선효과를 유발할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바탕으로 부채를 늘려야 하는 가계와 줄여하는 가계, 정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 가구 등에 맞춘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금융정책 수립 시 벤치마크해야할 국가는 어디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40%가 영국의 금융정책이 가장 본받을 만하다는 대답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20%가 미국의 금융정책을 꼽았고 기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을 꼽았다.

금융빅뱅을 유도했던 영국은 금융서비스법(Financial Services Act) 제정해 증권시장 개방, 수수료 자율화, 겸업허용, 투자자보호 강화, 금융기관 간 합병을 유도했었다.

다음으로 미국을 꼽은 전문가들은 금융정책 관련 투명성이 높은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국에 맞는 정책 고안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선진국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분별하게 선진금융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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