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르헨 국유화, 선진국은 공염불만

입력 2012-04-26 08:50 수정 2012-04-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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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경제부장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포퓰리즘(populism)은 대중·민중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포풀루스(popolus)에서 유래했다.

캠브리지사전에서는 포퓰리즘을 ‘민중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는 정치 사상 또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요즘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책임한 정치 행태를 꼬집을 때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지만 원래는 민중을 위한 정치라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역사학자들은 넓게 봤을 때 포퓰리즘 역시 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포퓰리즘은 19세기 포퓰리스트 운동(populist movement)과 함께 본격화했다.

포퓰리스트는 1890년대 결성한 미국의 제3당인 인민당을 의미한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농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인민당은 이같은 불만을 정치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상원의원 직선제와 거대 기업의 담합을 금지하는 정책을 주장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인민당은 오래 가지 못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상당 부분 민주당이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인민당이 미국 민주주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다.

포퓰리즘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아르헨티나다.

일각에서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페론주의’를 현대 포퓰리즘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페론은 1946년 노동자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

그는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했다. 집권 후 임금 인상폭이 연 20%에 달했을 정도다.

페론 정부는 외국인 소유의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1947년 경제독립을 위치며 외채를 모두 청산했다.

페론은 1955년 이혼 법안과 관련 가톨릭에 미움을 사면서 군부의 쿠데타로 축출당했다.

그는 1973년 20여년의 망명 생활을 끝내고 귀국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해 오일쇼크로 아르헨티나 경제는 망가졌고 1976년 군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2001년 950억달러 규모의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몰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의 전형인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하지만 최근 이같은 견해에 대한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포퓰리즘이 아르헨티나 경제의 디폴트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히려 1990년대 선진국 주도로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가 아르헨티나 경제를 수렁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의 권고에 따라 고정환율제도와 고금리정책를 실시했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 중반까지 공기업의 98%를 민영화했다.

선진국의 요구대로 달러와 페소 교환비율을 고정시키는 페그제까지 도입했지만 아르헨티나는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2003년 집권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실시했다.

아르헨티나는 이후 연 8~9%의 성장률을 올렸다.

키르치네르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역시 대통령에 올라 남편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즘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스페인의 다국적 에너지기업 렙솔이 소유한 아르헨티나 최대 석유업체 YPF를 국유화하기로 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렙솔이 최대 주주로 있는 별도 법인 YPF가스 역시 국유화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는 물론 유럽 주요국은 아르헨티나의 이번 조치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방의 주요 언론 역시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며 날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비난만 할 수도 없다.

YPF 국유화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우려에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선진국의 대응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의 중심이라던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유럽 역시 2년 넘게 재정위기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족쇄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대한 선진국들의 비난이 공염불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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