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스마트學]통신업계‘잔인한 4월’

입력 2012-04-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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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근 산업부 팀장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Eliot)은 그의 장편 서사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그 이후 이 문구는 4월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로 자리매김했다.

아마 요즘 통신업계는 이 말이 가장 와닿을 것으로 생각된다.

LTE 시대를 맞아 전국망 구축에 이은 마케팅 경쟁 심화로 지속적으로 많은 자금이 투입되다보니 경영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압박이 거세다. 단말기 유통경로와 상관없이 요금 할인 혜택을 부여하도록 방통위가 통신업계와 협의를 지속 중이다.

방통위는 이와 별도로 블랙리스트 제도 본격시행 전에 TV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다. 정부타원에서 추진하는 제도가 시작부터 흐지부지되면 이동통신사의 마케팅력에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특히 요금할인제도 여부에 따라 블랙리스트 제도가 소비자들로부터 호응 또는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통위의 입장은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유통되는 단말기와 제조사 직영대리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통해서 구입한 단말기에 동일한 요금할인 혜택을 주려는 정부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협의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사실상 업계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통신사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정부가 좀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보니 블랙리스트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통신업계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당장 시행을 목전에 둔 제도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통신업계는 이제 국회의원 선거 이후 새로운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통신비 인하를 총선공약으로 내걸다보니 개원 이후 통신비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까지 감안하면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움직임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지 않고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통신비 인하를 위한 공약의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에는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당의 공약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지만 결국 ‘오십보 백보’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통신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시장환경에서 통신업계는 대규모 투자와 마케팅 비용 집행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바로 생존을 위해서다.

하지만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통신업계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다보니 그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흐드러지게 봄꽃들이 만개하는 4월이 그들에게는 정말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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