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취업난’에 뿔난 20대, ‘로또 1등’ 사고치다

입력 2012-04-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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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88만원 세대’의 유쾌한 인생역전 리얼 스토리

지방대학에 다닌다. 3학년을 마치고 다시 휴학을 했다. 대학 3년을 다니면서 빌린 학자금 대출이 2500만원. 이걸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게다가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취업은…. 남들처럼 스펙쌓기는 그저 사치일 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호프집, 마트, 주유소, 음식점, 술집….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사장님들은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받아주질 않았다. 휴학 후 6개월을 놀았다. 일명 백수. 가족들을 보기가 점점 민망해진다. 아버지가 안계시니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데, 답답했다.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모아두었던 돈도 떨어졌다. 그래도 작은 희망의 불씨는 버리지 않았다. 바로 로또를 구매하는 것. 계속 사다 보면 언젠간 당첨되겠지. 용돈의 여유가 있을 때는 1만원, 최근엔 없어서 5천원. PC방에서 우연히 본 로또정보 사이트에도 가입해, 실제 당첨후기나 인터뷰를 보며 꿈을 이어갔다. 대부분 골드(유료)회원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났다. 먼저, 어머니. 아버지께서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시겠단다. 다음은 누나. 역시 못 알아먹었다. 결국엔 아들에게 오신 아버지, 그리고 한 말씀 “넌 꼭 될 거다”. 뭐가 된다는 얘기지? 학교를 포기하지 말라는 얘긴가. 사실 대학을 다닌 건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3월 31일 토요일 저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게임 중. 그 때, 휴대폰에 들어온 문자. “로또 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토요일 저녁에는 로또 당첨결과를 알리는 문자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런데, 왠지 발신번호가 낯설지 않았다. 아뿔싸, 속았다! 친구 놈이다. 다음날(4월 1일)이 만우절이라고. 김 샜다.

친구의 장난에 휴대폰을 내 팽개치다시피 했는데, 다시 울린다. 모르는 번호다. 02-2017-XXXX. 받을까 말까. “여기는 로또정보 사이트(lottorich.co.kr)입니다. 이번 주 487회1등에 당첨되셨습니다”. 또 장난전화? 아니다. 이건 리얼이다.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저 멍~! 손발이 떨리며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기분. 전화 받고 이틀 동안 잠을 3시간밖에 못 잤다. 그것도 낮에 쪽잠으로. 당첨금을 찾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KTX안에서 자려고 했는데, 못 잤다. 불안해서. 먹는 것마다 토했다. 물도 못 마시고.

농협 본점에 가서 당첨금을 받았다. 실 수령액은 11억원. 어린 나이엔 큰 돈이지만, 이 돈 때문에 시끄러운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냥 묵혀 두기로 했다. 이건 내 돈이 아니다. 다만, 어머니의 소원대로 작은 금액이라도 지속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야지.

누구나 바라던 로또 1등에 당첨이 됐어도 또 욕심이 난다. 지난번 1등이 얼마였더라? 25억원! 나보다 많잖아. 포기하지 않는 희망, 그건 내 삶의 모토였다. 그 일환으로 로또는 계속 구매한다. 물론 내가 믿는 로또정보 사이트(lottorich.co.kr)를 통해. 죽을 때까지?!

사실, 4월초에 자퇴서를 낼 계획이었다. 누나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비 쓰기에도 빠듯하고, 게다가 학자금 대출까지 있으니. 다시 학교를 다니려면 등록금 부담이 심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러나, 이젠 아니다. 진지하게 상의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학교는 마쳐야 하지 않을까. 운동 때문에 못한 영어 공부도 하고 싶다. 모든 것이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난 아직 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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