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탁상행정…산업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

입력 2012-03-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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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개선에 노사양측 합의점 접근, 고용부만 근시안적 행정 착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완성차업체의 근로시간 실태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부는 ‘현대·기아차가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주장했다.

회사측은 곧바로 이에 대한 시정의지를 밝혔다. 먼저 올해 안에 1400여명의 근로자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다. 3600억원의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성도 유지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한 ‘개선계획서’도 만들었다. 교대제 개편과 근무여건 개선 등을 포함한 계획서였다.

고용부 역시 이 계획서에 대해 합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업체 노사 모두 미래지향적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교대제 개편을 마무리해 근로자 삶의 질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달라”고 밝혔다.

◇노사는 합의점 접근, 고용부만 딴 생각=그러나 이 장관과 고용부는 계획서를 승인한지 불과 20일만에 입장을 바꿨다. ‘휴일근무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임금을 더 주거나 받는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휴일 근무일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와 이 장관의 입장번복에 자동차는 물론 산업계 전반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근로시간 개선을 위해 기업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지만 정부당국은 ‘승인과 번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노사 양측이 힘들게 도출한 합의점도 정부 정책이 이를 발목잡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노사 역시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온 ‘주간 연속 2교대’ 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혼선을 빚으며 논의자체가 전면 재검토될 상황이다.

먼저 사측은 ‘국내 차산업 활성화’와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휴일근로를 추진하고 있다. 응당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시간당 수당이 평일보다 몇 곱절 많은 ‘휴일 근무’는 보장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측 역시 이를 존중했다. 줄어든 생산량은 증설 및 설비투자로 대응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주간근로만으로 생산성을 유지키 어려우니 설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노측의 휴일근무 보장도 긍정적인 검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측과 노측의 이같은 바램도 고용부의 행정해석 앞에서 멈춰 버렸다.

근로자는 “수당이 몇배 많은 휴일근무를 통해 임금을 더 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사측 역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노조와 합의점을 찾아 휴일 근무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상황에 고용부만 오로지 “휴일에는 무조건 쉬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의 혼란만 더욱 가중된다는 우려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노사정 3자 가운데 정부만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에 이어진다.

노동계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 임금저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역시 ‘임금 저하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전제로 근로시간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돼도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를 요구하고 있다. 노측은 ‘평일 연장근무와 휴일 특근 2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따르자면 근로자들의 임금은 크게 삭감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유는 뚜렷하다. 근로자의 휴일 주간특근은 통상임금의 1.5배다. 역시 같은 휴일에 출근해 야간근무를 하면 통상임금의 3.5배를 받을 수 있다.

근로자 역시 휴일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로지 정부만이 책상 앞에서 ‘삶의 질’을 논하고 있는 셈이다.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노사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진다. 또다른 노사갈등으로 인해 생산성에 악영향도 우려된다.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생산성 악화 우려=최근 울산상공회의소가 해당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휴일근무 축소 정책’과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대상 기업 67.2%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차산업의 위축도 우려된다. 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이 개정으로 국내 생산량은 연 465만대에서 407만대 수준으로 하락한다.

노사정 모두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다. 다만 정부정책이 노사 양측이 어렵게 도출한 합의점과 엇갈린 양상을 보이면서 산업계와 노동계 모두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사측, 노측 모두 ‘삶의 질 개선’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하다”고 말하면서도 “다만 노사 양측이 어렵게 합의점에 접근하고 있는 근로시간과 관련해 정부의 탁상행정이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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