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게임]개미는 왜 막차만 탈까

입력 2012-03-26 10:05 수정 2012-03-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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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용 증권부 차장

“빠질 놈들 다 빠지면 함정을 파서 한 번에 털 겁니다. 하따라고 아십니까? 인생 막차 탄 개미들이나 하는 짓이죠. 바닥 친 주식은 반드시 오른다고 믿는 바보 심리 그걸 이용하는 겁니다. 그놈들에게 물량 다 넘기고 빠지면 게임 끝입니다. 설거지는 작전의 꽃이죠”

2009년 개봉했던 영화 작전에서 주식시장의 설거지 대가로 알려진 일명 ‘주식 살인마’ 우박사의 대사 가운데 일부다.

일반 개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작전 세력의 가장 큰 어려움도 바로 이익실현, 즉 매도다. 주가 띄우기는 대주주의 동의와 전문 트레이더, 그리고 자금력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차익실현은 좀 다르다.

치밀한 계획 없이 보유 주식을 시장에 쏟아낼 경우 담보에 개미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급락에 급락을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작전’에서 설거지를 작전의 꽃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1000원짜리 주식을 1만원까지 인위적으로 올렸다고 9000원이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경우 평균 매도단가가 5000원이면 ‘초대박’, 3000원 수준만 돼도 ‘평년작 이상’이다.

손해는 언제나 그렇듯이 개미들 몫이다. 작전주는 막판에 급하게 주가를 올리고 불쌍한 개미들의 돈은 ‘설거지’에 동원된다. 막판 꼭지에는 거래량도 폭발하면서 많은 개미들이 물린다.

급등하던 종목이 이유 없이 며칠간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면 설거지중이거나 주식 담보물량이 터진 것으로 보면 거의 백프로 맞다.

이때 또 고도의 심리게임이 시작된다. “떨어질 만큼 떨어졌으니 오를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하한가 잔량 수백만주를 갑자기 누군가 매수한다면? 대부분 개미들은 “이제 시작이다”는 생각으로 주식 매수에 동참한다. 하지만 세력들은 마지막 물량을 개미들에게 떠넘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금융당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조사와 수사는 이미 작전이 끝나고 설거지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일도, 이빽, 삼모”의 행동규칙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우선 도망가고(일도), 빽을 동원해 빠질 궁리를 하고(이빽), 어쩔 수 없이 조사를 받게 되면 무조건 “모른다”(삼모)고 하면 그만이다.

‘봉사 문고리 잡기’라도 작전주에 올라타서 대박을 노리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상한가따라잡기, 하한가따라잡기 기법으로 깡통을 찬 개미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 작전 주포의 말을 이런 면에서 꽤 의미 있다.

“작전주는 구조상 개미들이 수익 내기는 힘들다. 대부분 끝물에 진입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수급 조절을 통해 개인들이 좋아할 만한 차트 자체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가끔 기가 막히게 좋은 타이밍에서 매도해 큰 수익을 올리는 개미들도 있는데 이건 실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천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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