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샘물같은 부모님의 사랑

입력 2012-03-22 09:26 수정 2012-03-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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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대우증권 팀장

▲이미경 KDB대우증권 고객지원팀장.
어느 날 낯선 남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신 우리 엄마는 청아하고 단아한 목소리로 “어머~ 오빠~ 정말 오랜만이에요” 라는 소리를 시작으로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아.. 우리엄마에게도 오빠가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 부모님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는 내 인생을 위해서만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정작 가장 가까운 나의 부모님의 인생에 대해서는 한 번도 크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겠지만 우리 부모님 역시 지금까지 자식들 키우느라 정작 본인들의 삶은 등한시하고 오로지 자식들이 잘 살 수 있도록 가르치고, 기도하신 전형적인 한국형 부모님이 시다.

이런 부모님을 두고 2007년 12월에 gentle하고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이란 걸 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 마음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말로는 감사했고, 고마웠지만 내가 결혼해서 행복한 것을 나눠줄 만큼 내가 부모님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애쓰지는 않았다.

그런 생활을 바탕으로 나는 결혼생활 5년째 접어들었고 5년이라는 결혼 생활 속에서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느끼며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께 키워주신 은혜에 감사의 뜻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리기로 합의했다. 처음에는 내가 용돈을 드린다는 마음에 그래도 어깨가 으쓱해 졌고, 부모님과 대화할 때도 시댁이나 친정에 당당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면서, 내가 해야 하는 거 하나하나가 부모님이 해 주셨던 걸 느꼈다. 그러면서 그 당당한 마음은 어느새 빚진 마음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 내가 매달 드리는 용돈은 생색내기였다. 시댁에는 ‘저 괜찮은 며느리에요’였고 ‘친정에는 괜찮은 사위 얻은거에요’ 라는 일종의 나에 대한 자랑 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드린 그 용돈은 용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매달 드리는 것은 지금까지 나와 우리남편을 키워주신 은혜에 빚진걸 아주 일부 갚는 거에 불과 했다..

지금까지 키워주실 때 당신의 삶을 다 저 버리며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의 사랑이 어찌 내가 드린 용돈보다 적었으랴...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미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한없이 주시기만 했던 부모님 이였기에 나에게는 항상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다. 목이 마른 행인이 지나가다가 샘물을 발견하고 물을 마시면 그 물이 너무나 귀하고 값진 물이 되겠지만 항상 그 샘물 옆에 사는 사람은 그곳에 샘물이 있음에 대해 크게 감사하지 못한 것과 비슷한 비유 인 것 같다. 나는 너무나 어리석게도 30년이 지나고 결혼한 후에야 비로소 내 옆에 항상 끊임없이 나를 위해 존재해 주었던 샘물(부모)의 감사함을 알았다.

현재는 남부럽지 않게 힘들 때 쉴 수 있는 따뜻한 가정, 일터, 건강 등 많은 것들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남들보다 잘나서,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라서 나 스스로 얻어진 게 아님을 안다.

내 인생은 주변사람들의 희생과 나눔으로 덤으로 얻어 살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 동료 등 나를 아끼고 도와주는 주변사람들의 나눔과 양보가 있었기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이든 주변 사람들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서로서로 기대면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며 사는 ‘사람(人)’이라는 존재는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겸손을 몸소 먼저 보여주셔서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해 주신 모든 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요즘처럼 살아가기 힘든 각박한 세상에 ‘나만 잘살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나를 향한 부모님의 양보와 희생을 통해 더불어 살아야 할 의미와 이유까지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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