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보육도 양극화…사내 육아시설이 답이다

입력 2012-03-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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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명 제약사 임상팀에 근무하는 워킹맘 정연수씨(가명·36). 정씨는 요즘 그녀보다 더 출근을 서두르는 세살난 아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하다. 3개월 전부터 회사 내 새로 생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나서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안절부절하며 어린이집에 전화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젠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몰래 아이가 잘 있는지 볼 수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여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엄마가 늘 옆에 있다고 생각한 탓인지, 자주 집에 가고 싶다며 떼쓰던 아들도 얌전해졌다. 오히려 퇴근길에 데리러 가면 30분씩 더 놀아달라 할 정도다.

#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워킹맘 이현정씨(가명·33)의 경우 부모님이 사정상 아이를 돌봐줄 수 없게 되자 한달전부터 매일 아침 단지 내 아파트 가정어린이집에 18개월된 딸아이를 맡기고 출근하고 있다.

사실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비싸고 시설 좋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지만 빠듯한 월급에 만만찮은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그냥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자니 아동학대 등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각종 사건·사고 소식에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집 근처 구립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해놓긴 했다. 하지만 84명 정원에 무려 1950명이 대기 중이란 말에 국공립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양극화’는 보육문제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사내 보육시설이 잘 갖춰진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을 다니는 워킹맘들과 달리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워킹맘들에겐 어린이집 선택문제가 늘 골칫거리다. 생계형 워킹맘이 7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더 시설 좋은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한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만만찮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저렴한 일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가 자칫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자책감과 비애감은 더 커진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전체의 10%에 불과한 현실에서 많은 워킹맘들은‘사내 육아지원시설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내 어린이집은 아이가 부모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다. 또 회사가 운영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시설이나 프로그램 면에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직장 어린이집의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보내기란 꿈 같은 얘기다.

올 초 한 리서치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10명 중 8명이 넘는 83.7%는 “부부 모두의 직장에 어린이집이 없다”고 답했다. 부부의 직장 중 한 곳에라도 직장 어린이집이 설치됐다고 답한 사람은 16.3%에 그쳤다.

현재 영유아보육법 14조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강제조항은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보건복지부가 236개 기업에 어린이집 설치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부지확보의 어려움, 운영비 50% 지원 등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한 직장 어린이집 원장은 “직원의 복지를 위해서라지만 정작 기업의 입장에서‘보육’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책임지고 운영하기란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취학전 자녀를 둔 직원들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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