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육아휴직요? 눈치 보여서 감히…"

입력 2012-03-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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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대디도 괴로워…마음은 ‘가정·일’현실은 ‘일’선택

# 서울의 중견IT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34). 그는 오늘도 아이를 봐주는 장모님과 교대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떨치며 회식자리에서 일어선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딸을 출산하면서 본격적으로 워킹대디 대열에 합류했다. 업무 특성상 잦은 회식과 접대 자리가 많은 탓에 지난 1년은 그에게 큰 시련의 시기였다. 낮시간 동안에는 장모님이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퇴근 후에는 오롯히 부부가 육아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야근이 있거나 출장을 갈 때면 회식이나 거래처 저녁 약속도 어기기 십상이다. 상사 눈치도 눈치지만,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조직문화 탓에 행여 ‘소심한 남자’‘공처가’라는 낙인 찍힐까 두렵다. 직장일에 더 전념하고 싶어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아내의 연봉이 더 높은 현실 앞에 그는 또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일하는 엄마들이 늘면서 워킹대디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이 비단 엄마에게 국한되지 않고 아빠에게도 전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양성 평등의식이 확산되고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으로 소위‘잘 나가는’ 워킹맘이 늘면서 부부의 육아분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은연 중 직장과 가정에 모두 충실한 ‘슈퍼맨’이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워킹대디. 이들이 느끼는 비애감도 상당하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워킹대디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가족을 위해 밤낮 없이 일했건만 정작 아이들과 서먹할 때’가장 서럽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에서는 상사에게, 집에서는 아내에게 시달릴 때’(29%),‘아내가 내 고충을 몰라줄 때’(27%), ‘힘들게 돈을 벌어도 정작 나에게 돌아오는 것을 없을 때’(6%)도 워킹대디의 비애를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적 어려움에 좌절하는 워킹대디들도 많다. 마음 속으로는 ‘일과 가정’모두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일’ 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셈. 아내의 핀잔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도 워킹대디의 또다른 고충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서울시 소재 6개 업종 사업체에 재직 중인 기혼 남성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대의 72.5%가 ‘거의 정시에 퇴근하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아를 아내가 전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58.4%에 달했다.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육체적 피곤(32.2%)과 시간부족(41.2%)을 꼽았다.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사회적 편견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한다. 한국 아버지의 육아휴직 비율은 시행 초기이기는 하지만 아직 전체 육아휴직의 약 2%에 불과하다.

6개월된 아들이 있는 초보아빠 이모씨(31)는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을 내고 싶었지만 회사에 눈치가 보여 육말도 못 꺼냈다”며 “육아는 엄마가 전담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한 아빠는 영원히 아이키우는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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